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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부지, 서산·사명대사 배출한 옛 봉은사 땅

한전 부지, 서산·사명대사 배출한 옛 봉은사 땅
오늘(18일)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는 예전에는 봉은사 땅이었습니다.

삼성동 수도산 자락의 봉은사는 한전부지뿐 아니라 인근 코엑스와 공항터미널, 무역센터, 아셈타워 등이 자리잡은 땅도 갖고 있었습니다.

또 경기고와 그 너머 청담동까지가 모두 봉은사 소유였습니다.

조계종은 강남 개발이 시작될 무렵인 1970년 봉은사 땅 가운데 현재 한전부지를 포함해 10만 평(330,578.512㎡)을 5억3천만원에 정부에 매각했습니다.

당시 매매가격은 평당(3.3㎡당) 5천300원이었고, 현대차그룹이 낙찰받은 가격은 3.3㎡당 4억3천879만원입니다.

조계종은 옛 총무원 건물인 불교회관 건립과 동국대에 필요한 공무원교육원 매입을 위해 큰돈이 필요하게 되자 종단의 유휴지를 매각하려 했습니다.

이런 계획과 정부의 강남 개발 계획이 맞아떨어지면서 거래가 성사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맡고 있던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막후에서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봉은사 땅 매각을 두고 조계종은 심각한 내분에 휩싸였고 당시 총무원장 월산 스님이 물러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969년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봉은사 토지 매각이 결의되면서 종단 내 갈등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봉은사 주지 서운 스님 등은 매각을 강하게 반대했고 법정 스님 같은 인사들도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봉은사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라거나 불교 중흥의 도량이라는 점을 굳이 들지 않더라도 한수 이남에 자리잡은 입지 여건으로 보아 앞으로 종단에서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요긴한 도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매각의 절차상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법정 스님은 "불교회관 건립 문제는 급히 서두를 게 아니고 시간적 여유와 자체의 역량을 살펴가면서 널리 종단의 여론을 들어 일을 추진해야 한다. 봉은사 같은 중요 도량의 처분 문제는 적지 않은 일이므로 불자들 다수의 의견이 집약돼 역사적인 과오를 초래하는 일이 없어야겠다"고 말했습니다.

봉은사는 신라의 고승 연회국사가 원성왕 10년(794년)에 지금의 선릉 근처에서 견성사 란 이름으로 창건한 절입니다.

보우대사와 서산대사, 사명대사 등 역사적인 승려들을 배출한 곳입니다.

조선 성종의 능인 선릉을 지키는 능침사찰이 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기고 많은 땅을 갖게 됐습니다.

이때 성종의 은혜를 받든다는 뜻의 봉은사 로 이름도 바꿨습니다.

한전부지를 비롯한 코엑스 일대의 봉은사 땅은 조선시대에 승과 고시를 치르던 승과평 으로 많은 고승을 배출한 불교계의 성지 같은 곳이었습니다.

봉은사 땅은 한강에 다리가 놓이고 영동 개발이 이뤄지기 전인 1960년대까지만 해도 스님들이 농사를 짓기도 한 곳입니다.

당시 봉은사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오지 사찰이었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에서 가려면 마포나 뚝섬에서 배를 타고 가서도 한참을 걸어야 닿을 수 있었습니다.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 역사에서 의미 있는 곳이 헐값에 정부에 넘어갔다가 다시 천문학적인 금액에 팔리는 걸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씁쓸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전 부지, 현대차 그룹에 낙찰…10조 5천5백억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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