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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5천6백억 손실 예상되는데 "대통령 공약이니 서둘러 추진하라"

[취재파일] 5천6백억 손실 예상되는데 "대통령 공약이니 서둘러 추진하라"
경기도와 화성시, 국토부, 수자원공사는 경기도 화성에 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본뜬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목표 아래 송산그린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7년 전부터 추진했던 사업이라 화성에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온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들어올지 여부는 불확실한 상태입니다. 적극적으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죠. 2007년부터 추진하던 사업이 7년 넘게 표류하다가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재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와 경기도, 화성시, 수자원공사가 참여하는 국제테마파크 활성화 TF가 출범했고, 지난 12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투자활성화 대책의 주요 안건으로 포함됐습니다. 공모방식을 도입하는 등 법을 고치고 과감한 인센티브 줘서 제대로 다신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수자원공사 “사업성 분석해보니 5634억 손실 불가피“

지지부진하던 사업 제대로 추진해서 지역 경제 개발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화성이라는 작은 도시에 디즈니랜드나 유니버설스튜디오 같은 국제적인 테마파크가 들어서면 관광도시로 발돋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발표했습니다만, 실제 평가보고서를 살펴보니 예상과는 크게 달랐습니다.

SBS가 입수한 수자원공사 내부 보고서를 살펴봤습니다. 새로 출범한 TF에서 5억원을 들여 용역을 주고 사업성을 현 시점에 맞게 다시 평가한 결과물인데, 엄격한 보안을 요구한다고 명시돼있는 이 보고서는 정부가 발표한대로 화성에 테마파크를 조성하면 5,634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경쟁도 치열하고 관광객도 기존 추정치보다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여 2조5천억원을 투자해 30년간 운영해도 원금 회수가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4백만 제곱미터가 넘는 땅의 주인인 수자원공사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경기도와 정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까지 담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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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공약사항이니 서둘러 추진”-손실 우려는 정부 지원으로 채운다?

하지만 왜 추진해야 하는가? 이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감안해 박 대통령 임기 중에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안을 요구한 이 보고서에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까지 감안해 사업 추진시기를 조정해야 한다, 즉 사업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대통령의 강한 추진 의지가 담긴 만큼 수자원공사 사장은 2주 전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미국 유니버설 본사를 방문해 관련법 개정과 무리한 인센티브까지 내걸어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예상이 나오는데 적극적으로 달려들 투자자는 없겠죠? 이 상태로는 큰 손실이 예상되겠지만 정부가 다른 법과 규제를 풀어주고 자금도 지원하고 패키지로 다른 이익들을 얻게 해줘서 투자를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카지노 사업권 등 다른 이권을 보장해주고 손실이 나는 부분은 정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테마파크를 유치한 외국 사례들이 있다는 거죠. 화성 국회의원이자 친박 실세라 꼽히는 서청원 의원 역시 테마파크 유치를 기정 사실화 하고 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입법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서청원 의원 등 13명 의원은 지난 6월 일명 ‘산입법’을 발의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대규모 복합개발용지 공급촉진을 위한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인데
사실상 테마파크 유치를 위해 공모를 통한 사업자 선정이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만든 것입니다. 대통령이 드라이브를 거는 투자 활성화 대책에까지 포함됐으니 정부의 모든 관련 부처들도 힘을 합쳐 지원에 나섰습니다.

4대강 사업 무리하게 추진한 수자원공사…이번엔 화성 테마파크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 공약이었던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느라 이미 적자규모가 12조원을 넘습니다. 4대강 때문에 늘어난 적자가 8조원에 달합니다. 여기에 수천억 적자 더한다고 큰 일이야 나겠냐고 말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사업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수자원공사가 땅의 주인이라서 이번엔 직접 사업주체로 나서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내부 보고서 역시 이해관계자들의 이권이 첨예하게 얽힐 경우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게 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결국 아무도 투자하려 하지 않을 경우, 변형된 형태로 결국 직접 투자하는 것에 준하는 리스크를 감당하게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손실규모를 줄이기 위해 초기 투자비를 20% 줄이고 로열티도 크게 낮추고 자금도 매우 싸게 빌려주자는 대안도 모색하고 있다는 데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투자비를 크게 줄이면 시설이 훌륭하지 못할테니 관광객이 줄어들테고 로열티를 크게 낮추면 투자자가 들어올리 없기 때문이죠.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은 “천문학적 손실이 우려되는 사업을 대통령과 경기도지사 공약이란 이유로 수년째 무리하게 끌고 오면서 주민들과 지자체만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실패를 인정하고 진실을 밝혀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앞으로 실시될 국정감사에서도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집중 질타할 예정인데, 고용창출 등 생산 유발효과가 사업적 타당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 제대로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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