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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과속방지턱에 '쿵'…저상버스가 사라진다

<앵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이 타고 내리기 쉽게 만든 저상버스는 일반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도입 대수는 계속 늘고 있는데, 일부 노선에서 저상버스가 오히려 사라지고 있습니다. 바로 과속방지턱때문입니다.

기동취재, 박하정 기자입니다.

<기자>

대학생 정원희 씨는 최근 버스 이용이 어려워졌습니다.

이용하던 저상버스가 모두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정원희 : 학교 밖에서 기숙사로 오는 교통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전동휠체어로 이동을 하고 있고요.]

버스 회사는 도로의 과속방지턱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해당 노선버스 기사 : 학교에 과속방지턱이 엄청 많아요. 미션(동력 전달 장치) 같은 게 깨져서 오일이 빠지 면 (견적이) 최하 2~3천만 원인 모양이더라고요. 회사로서는 위험한 장사를 안 할 수 있죠.]

지면에서 버스 차체 바닥까지 높이를 재봤습니다.

일반버스 바닥은 1m에 가까운데, 저상버스는 34cm 정도로 낮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닥 아래 장치들과 노면과의 거리는 18cm에 불과합니다.

과속방지턱의 높이 규정은 10cm.

규정에 맞아도, 쿵 하고 바닥이 닿는데, 더 높게 설치된 턱이 많습니다.

저상버스의 차체 높이가 낮다 보니 일반적인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에도 바닥이 닿아 장치가 부서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저상버스를 타 봤습니다.

과속방지턱을 넘자, 바로 바닥 닿는 충격이 옵니다.

[양 희/버스 기사 : 차량이 얕으니까 조심을 해도 이게 자꾸 닿아요, 밑이.]

운행을 마친 버스 바닥에는, 곳곳이 긁히고 깨진 자국입니다.

[이재평/버스회사 정비부 과장 : 차가 중지돼 가지고 운행을 못하는 사례가 많이 있어요. 그러다 보면 견인을 해서 올 수밖에 없고.]

경기도 고양시의 한 버스회사는 운행하고 있는 5개 노선 가운데, 과속방지턱이 많은 두 노선에는 일반버스만 배차하고, 저상버스는 모두 다른 노선들에 투입했습니다.

서울 구로구의 초등학교 앞에는 버스 회사가 요청해 구청이 과속방지턱을 깎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그렇다고 버스 차체를 높일 순 없다고 말합니다.

[국토부 담당 직원 : (바닥이 닿는 문제가) 계속 있었죠. 지자체나 운수회사에서 (계속 얘기하고 있어요). 높이를 올리면 장애인이나 교통 약자 그런 분들이 이용하는 데 불편하기 때문에 (그것은 못 건드려요).]

국토부는 현재 16.4%인 저상버스의 비율을 2016년까지 41.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저상버스도 다니고 과속도 막는 대안으로 과속방지턱 대신 울퉁불퉁한 요철 노면이나 지그재그 차선 설치 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상보·김승태, 영상편집 : 장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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