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우리 소관 아니다"…방치된 석면 노출 현장

"우리 소관 아니다"…방치된 석면 노출 현장
지난 2월 화재가 난 동부대우전자 광주공장의 물류창고 철거 작업 현장에서 석면 관리가 부실해 노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자체, 환경부, 고용노동부가 각각 "우리 소관이 아니다"는 이유로 관리 감독을 방치하면서 학교 교실 면적(68㎡)의 68배가 넘는 4천656.19㎡ 규모의 화재 소실 구역의 석면으로부터 현장 근로자는 물론 인근 산단, 1km 떨어진 주거지역 주민들까지 석면 노출 위험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13일 동부대우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4일 화재로 타버린 광주공장 물류창고 철거 작업이 지난 6일부터 시작됐다.

이 창고는 석면이 함유된 섬유판(텍스·fiber board)을 천장 마감재로 사용했다.

창고 건물이 불에 타면서 바닥에 떨어진 석면이 가루 형태로 바람에 날려 인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화재 사고 직후 밀폐 조치를 했어야 하지만 동부대우전자 측은 화재사고 6개월 뒤인 '최근에' 4m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석면에 대한 부적절한 관리는 철거 준비와 작업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동부대우전자 측이 대한산업보건협회에 석면조사를 의뢰한 결과, 텍스 자재에 3∼4%의 백석면이, 천장재인 밤라이트에는 9∼10%의 백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에 따라 동부대우전자는 철거작업에 앞서 광주고용노동청에 석면 처리와 관련한 질의를 했으나 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에 근거한 노동부 신고 대상이 아니다'는 소견을 내놓았다.

화재로 85% 이상 전소되면서 불에 탄 자재로부터 석면이 이미 떨어져 나와 석면 해체 작업 현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노동청 담당 감독관은 당시 현장조사도 없이 업체가 제출한 사진과 자료만 검토한 뒤 '폐기물 처리는 환경부 소관이며 노동부의 감독이 필요한 근로자의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고 최근에야 현장을 한 차례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석면, 화학물질 등 지정폐기물 배출을 감독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석면 배출허용기준에 맞춰 적정한 경로로 운반하는지 확인하는 것까지로 소관업무의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관련기관인 광산구청 역시 석면 건축자재 면적이 500㎡ 이상이면 비산정도 측정 결과를 확인해야 하지만 건축물 철거 신고 당시 현장 방문만 하고 대규모 시설이므로 자치단체가 아닌 환경부의 소관이라고 판단, 별도 감독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는 별도의 감리 선임 및 외부 공기질 측정 절차 등을 밟지 않은 채 석면 해체 업체를 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의 방진 마스크 및 방진복 착용은 물론 먼지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대우전자 측은 "지역 노동청과 환경청에 질의한 결과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

우선 고철 잔재 등을 먼저 처리하고 석면 해체 작업에 들어가면 관련 규정에 따라 필요한 체계를 갖출 것"이라며 "이달 초 현장에 가림막을 설치했으며 (비산)먼지에 대비해 중간중간 물을 뿌리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석면 해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석면 발생 현장은 통상 노동청과 구청 담당자들이 현장 실사를 하고 석면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작업 방법을 논의한 뒤 작업을 진행한다"며 "바닥에 깔린 석면을 장비들이 깔아뭉개고 다니면서 먼지가 많이 날릴 수 있기 때문에 돈이 더 들더라도 장비와 인력 투입을 조율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석면환경협회는 관련법상 석면 함유율 1% 이상인 경우 지정폐기물로 분류, 산업안전보건법상 석면 작업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로자들은 방진복, 방진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분진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습식으로 작업해야 하며 실내 작업장의 경우 밀폐한 상태에서 철거 작업을 해야 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화재나 지진 등으로 현장이 무너진 특수한 상황에서는 완전한 밀폐가 어렵고 석면 분리에 앞서 철골 구조물 등을 먼저 해체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석면 위험성을 방치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며 "우선적으로 보이는 석면부터 제거하고 인근 주민에 유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원칙이다.

방진 마스크 착용, 습윤 작업 등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