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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명 이상'과 '3명 이내'의 차이?

[취재파일] '2명 이상'과 '3명 이내'의 차이?

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를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순회경선 실시 여부를 놓고 갈등을 겪은 뒤, 이번에는 경선 후보자 수를 압축하는 방식, 이른바 '컷 오프' 방식을 놓고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6명 가운데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3명을 탈락시키고,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 정몽준 의원 (가나다 순) 3명만 남긴 뒤, 다시 정밀 여론조사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빅 3'로 분류되기는 했지만, 정 의원, 김 전 총리보다 지지율에서 뒤지는 이 최고위원의 경쟁력을 판단해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때문에 정밀 여론조사 실시 이후 경선 후보자 수가 2명으로 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이혜훈 최고위원 측과 정몽준 의원 측은 당 지도부가 '3배수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며, 여성 후보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초박빙 상황에서도 2.9%의 홍준표 후보도 컷오프하지 않았고, 2012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박근혜(58.4%) 후보에 현격히 뒤지는 김태호(1.9%), 임태희 (0.4%) 후보도 컷오프하지 않았다며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당 공천위는 당헌당규에 2인 이상의 후보자를 선정하도록 돼 있다며(공직후보자추천규정 8조 2항...서류심사 및 여론조사를 거쳐 2인 이상의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다...) 설사 서울시장 후보가 2명으로 압축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형택취재파일
                                 <새누리당 당규 공직후보자추천규정 8조 2항>

당의 핵심 관계자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 자리 수로 알려진 이 최고위원이 20%를 크게 웃도는 1, 2위 후보와 묶이는 게 맞는지, 아니면 같은 한 자리 수 지지율의 4위 후보와 묶이는 게 맞는지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최고위원이 여성 정치인으로서 당 내에서 대표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과의 형평을 고려했을 때 지지율 기준의 '컷 오프'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당헌당규대로 하겠다는 거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시계추를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던 3월 초순 경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당 지도부에서는 '총 동원령', '중진 차출론'이라는 이름으로 당 안팎의 중진급 인사들의 출마를 독려했고, 실제로 거론되던 모든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수도권에 '3자 구도'가 완성됐다며, 야권의 통합에 맞설 반전의 카드를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했습니다. 수도권 3자 구도는 서울의 정몽준, 김황식, 이혜훈, 경기의 남경필, 원유철, 정병국, 인천의 유정복, 안상수, 이학재(지난 9일 불출마 선언) 후보의 출마를 뜻합니다. 

이번에는 지난 14일에 있었던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제도 무제한 설명회'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광역단체장은 정수의 3배수 이내를 원칙으로 하되, 지역사정에 따라 4~5배수까지 선정가능하다는 설명이있었습니다.
정형택취재파일
                               <새누리당 상향식 공천제도 무제한 설명회 자료집>

또, 컷 오프 여론조사가 이뤄지지 전까지 당 공천위의 경선방식 설명에서도 '3배수 기준'이라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사용됐습니다.

'2명 이상'과 '3명 이내' 어찌보면 같고, 또 어찌보면 상당히 다른 말입니다. 다만, 컷오프 여론조사 전에는 '3'이라는 숫자가 강조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2'라는 숫자가 강조되는 느낌입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아니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2배수'와 '3배수'라는 규칙의 결정은 경기 결과에 상당한 차이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2'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 즉, 유권자의 표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3'에 집착하는 쪽에서는 친박계의 표가 김 전 총리와 이 최고위원으로 분산되자 친박 주류가 김 전 총리쪽으로 표를 몰기 위해 이 최고위원의 컷 오프를 구상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 공천위는 정밀 여론조사 결과와 경선 흥행 등 정무적 측면까지 고려해 내일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 수를 확정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갈등은 쉽게 수드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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