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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누리당…불 붙은 '룰의 전쟁'

[취재파일] 새누리당…불 붙은 '룰의 전쟁'
지난 5일 새벽 1시 반. 새누리당 당사인 한양빌딩 6층 회의실은 그 때까지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회의실 안에는 홍문종 사무총장과 김재원 전략기획본부장 등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 15명이 있었습니다. 6.4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정하기 위해서입니다. 4시간 넘게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 자리에서 확정된 건 후보자 신청 접수기간을 당초 이달 10일에서 15일까지로 연장한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당초 인물난(?)에 고심하던 여권이 진통 끝에 이른바 '중진 차출론'에 성공했지만, 경선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출마에 머뭇거리던 정몽준 (서울시장), 남경필(경기도지사) 의원,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장관(인천시장)이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출마 선언을 한 데 이어, 당 내 소장 개혁파를 이끌었던 원희룡 전 의원도 고향인 제주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기로 사실상 마음을 굳혔습니다. 민주당과 안철수 측 새정치연합의 전격적인 통합, 신당창당 합의가 여권의 위기의식을 자극해 중진들을 끌어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당 지도부는 특히, 대중적 인기가 높은 데다가 개혁적 성향의 남경필, 원희룡 등의 출마가 새정치를 내세우는 야권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권의 '박근혜 정부 심판론'에 맞서 '정권 안정론'과 '민생정치'를 내세워 서울(박원순)과 인천(송영길) 등 수도권 지방권력을 탈환하고, 현재의 9(경기, 대전, 세종, 경북, 대구, 경남, 부산, 울산, 제주)대 8(서울, 인천, 강원, 충북, 충남, 전북, 광주, 전남) 우위를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총동원령이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당내 경선을 통한 바람몰이를 기대했는데, '경선 방식'이라는 새로운 암초가 등장했습니다. 현행 '2:3:3:2 룰' 그러니까 광역단체장 후보는 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를 각각 반영하도록 한 경선 방식으로는 원희룡 전 의원이나 유정복 전 장관의 예선 통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론조사에서는 높은 지지를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적 지지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당 지도부에서 제주와 인천, 울산 등 일부 지역에 대해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국민참여선거인단대회는 공천관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여론조사로 갈음할 수 있다'는 당규상의 단서조항을 적용하려는 겁니다. 새벽까지 공천관리위원회가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당장 경쟁 후보들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어제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공천폐지 공약을 폐기하는 대신 국민들에게 상향식 공천을 약속한 당이 여론조사 경선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를 압박했습니다.

당내에서도 박심(朴心·)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가 쏟아졌습니다. 서울시장 도전에 나선 정몽준 의원은 "이번 선거는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데 제일 조심해야 할 것은 '자살골'을 안 만드는 것"이라면서 "국민에 약속한 상향식 공천을 반드시 지켜야 하고, 전략공천의 이름으로 이 정신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인제 의원도 "국민에 약속한 상향식 공천을 실천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면서 '예외없는' 상향식 공천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황우여 대표는 "경선은 당헌·당규 따라 엄정히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고, 홍문종 사무총장도 "이번 선거에 전략공천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원희룡 전 의원은 현 경선 규칙에서는 출마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유정복 전 장관도 '경기에 뛰는 선수가 규칙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면서도 경선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당이 정할 일이라'며 피해갔습니다. 경기가 가까워질수록 이른바 '룰의 전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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