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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황우여 대표의 "특위 만능주의"…준비 부족?

[취재파일] 황우여 대표의 "특위 만능주의"…준비 부족?
지난 1월 1일 새벽 가까스로 새해 예산안이 통과됐습니다. 갖은 진통을 겪었지만, 예산안과 함께 논란의 중심이었던 국정원개혁법안과 외국인투자촉진법, 소득세법 등 1일 새벽 본회의에 넘어간 40개 법안 및 결의안 가운데 39개가 처리됐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남북관계발전특위 활동기간 연장에 관한 건'은 끝내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미 여야가 국회운영위원회에서 기간 연장에 합의해, 이른바 쟁점 법안이 아니었는데도 본회의에서 부결된 겁니다.

그 내막은 이렇습니다. 여야 의원총회가 열고, 닫기를 몇 차례, 원내대표 간 비공개 회동까지 가는 산고 끝에 예산안과 쟁점법안의 일괄처리, 이른바 '패키지 딜'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일 새벽 본회의가 가까스로 다시 열립니다. 모두의 기대(?)대로 부의된 법안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중 돌연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예산 끼워 넣기, 일명 '쪽지예산' 소동이 벌어집니다. 민주당의 폭로성 주장과 새누리당의 반박, 이 진흙탕 싸움 속에 민주당 의원들은 다시 한번 본회의장을 벗어납니다. 여야의 물밑자리가 다시 마련됐고 한참 뒤, 본회의는 재개됐습니다.

이미 날이 밝아 오는 상황 속에서 국회는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나머지 8개의 법안 처리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민주당에 당할 대로 당했다'고 생각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번에는 민주당이 요구한 '남북관계발전특위 연장건' 표결 처리에서 대규모로 반대표를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남북관계발전특위 연장건'은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이틀에 걸쳐 본회의에 부의된 113건의 법안 중 유일하게 통과되지 못한 법안으로 남게 된 겁니다.

하지만, '남북관계발전특위 연장건'의 부결을 새누리당의 몽니로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실상 특위가 제대로 일을 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관계발전특위가 꾸려진 건 지난해 6월입니다. 연말까지 6개월 정도 활동을 한 건데요, 과연 무슨 일을 했을까요? 6개월간 특위에서 한 일이라고는 특위 구성을 위한 전체회의 1번과 통일부로부터 업무보고를 1차례 받은 게 전부입니다. 민주당의 장외 투쟁 기간과 겹쳐 있다고는 하지만, 어찌됐든 특위가 제 역할을 못한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이 기간 동안 매달 6백만 원 정도의 특위 활동비는 꼬박꼬박 지급됐습니다. 요새 국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효율성'과는 동떨어진 일입니다.

그런데 특위의 효율성 문제가 비단 '남북관계발전특위'에만 국한될까요? 현안에 대해 토론과 해법 모색의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이지만,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드물고 그마저도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특위는 시간끌기용에 불과하다는 특위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런데 어제 열린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을 보면 특위 등 새로운 기구설치를 무려 9개나 제안했습니다. 지방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국회 지방자치발전특위, 지역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지역별 원탁회의, 지자체 청년일자리 창출 전담 부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뒷받침할 당내 경제혁신위원회, 공기업개혁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그리고 당내 국민건강특위, 당 국민갈등조정위원회, 여의도연구원 내 통일연구센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방발전, 일자리, 경제혁신, 국민건강, 국민갈등, 통일 등 사실상 모든 현안을 특위 등 기구에서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특위 만능주의'라는 생각마저 들 정돕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특위는 합의를 위한 논의의 출발을 의미합니다. 정국구상을 밝히는 신년기자회견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금까지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돼오고 곪을 대로 곪은 현안들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새롭게 논의해보자고 제안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습니다. 수권정당인만큼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분명한 입장, 더 나아가 선제적인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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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또, 정치권에서 막말을 추방하고, 정치자금의 편법 통로인 출판기념회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회의원 해외 출장의 윤리성 강화도 강조했습니다. 불필요한 기득권을 내려놓고 이를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고민은 빠져 있습니다. 막말을 할 경우, 현재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하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로 19대 국회에서만 모두 29건이 윤리위에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윤리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입니다. 유명무실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윱니다. 

출판기념회 제도 정비 역시, 법 개정보다는 윤리규정 신설에 무게를 두고 있고, 해외 시찰 윤리성 강화도 현 제도가 잘 지켜지도록 환경, 문화를 조성하는 선이라고 황 대표 측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만큼 선언적 제안을 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법들은 차기 지도부가 당내 공론화 과정과 여야 협의를 거쳐 마련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준비 부족에 대한 솔직한 고백(?)으로 들렸다면 기자가 잘못 들은 걸까요? 민주당은 황 대표의 신년기자회견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신년사의 하위 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 새정치추진위원회도 대통령이 던진 숙제에 대한 모법답안을 내는데 급급했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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