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빙판길 교통사고 속출…운전은 어떻게?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3.12.14 13: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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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빙판길 교통사고 속출…운전은 어떻게?
요며칠 눈발이 날렸습니다. 바야흐로 '운전이 신경쓰이는 계절'이 돌아왔네요. 여름철 빗길도 위험하지만, 겨울철 눈길·빙판길 안전 운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일반 아스팔트 도로의 마찰 계수는 0.7정도입니다. 잘 다져진 눈길은 0.3, 얼음판은 0.1정도 됩니다. 마찰 계수가 절반으로 떨어지면 제동거리는 2배 정도 길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눈길은 평소 도로보다 2배 이상, 빙판길은 4배 이상 제동거리가 길어지는 겁니다. 빙판길에서 평소 제동거리 정도를 내려면,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운전 여건 자체가 아주 좋지 않죠.

빙판길에서 급제동을 해 바퀴를 세워버리면, 그 때부터 차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 나갑니다. 바퀴가 아주 멈추는 게 아니라, 구르는 상태를 유지해야 제동력도 살리면서 핸들을 이용한 조향도 가능해 집니다. 이 때문에 ABS라는 장치가 달려 있지요. 미끄러운 길에서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드륵 드륵' 소리가 나며 차가 서는 경험하신 분이 계실 텐데, 이게 ABS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경우입니다. 흔히 빙판길에서 "브레이크를 한번에 밟지 말고 여러 번 나눠 밟아라"고 말하는데, ABS가 이 기능을 해 줍니다. '드륵 드륵' 소리가 날 때마다 브레이크가 살짝살짝 작동해 바퀴를 조금씩 세우기 때문에 조향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제동이 되는 겁니다. 다만, 여러 번에 걸쳐 바퀴를 세우기 때문에 전체적인 제동거리는 ABS를 사용하지 않을 때보다 길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교통안전공단의 교수들이 가장 많이 추천하는 방법은 '엔진브레이크' 였습니다. 엔진브레이크는 바퀴를 붙잡아서 세우는 게 아니라 기어의 변속기를 이용해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감속할 수 있습니다. 통상 생각하는 엔진브레이크는 변속기를 D에 놓고 달리다가 속도를 줄여야 할 때가 오면 수동모드로 옮겨 놓고 (-)방향으로 기어를 내리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특히 빙판길의 경우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기어를 내려 속도를 줄일 때 가끔씩 급제동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빙판길에서 급제동을 하면 그대로 미끄러져 밀려 나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를 막기 위해 다른 형태의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가속 단계부터 엔진브레이크를 염두에 두고 달리는 방법입니다. 보통 D에 놓고 달리면 1700에서 1800rpm일 때마다 기어가 1단씩 올라가서 시속 60km가 되면 5단쯤 됩니다. 이렇게 하지 않고 애초에 수동 모드로 놓고 2500에서 3000rpm이 될 때마다 기어를 올리게 되면 평소보다 기어를 늦게 변속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시속 60km라 하더라도 3단 정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습니다. '저단·고rpm' 상태에서 주행하는 겁니다. 저단이기 때문에 이 상태로 달리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속도는 안정적으로 빠르게 떨어집니다. 눈이나 얼음이 보인다거나, 그늘진 도로 등에 진입하기 전에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면, 차가 미끄러졌을 때 핸들은 어느 쪽으로 틀어야 할까요? 순간적으로 미끄러짐을 감지했다면, 당연히 반대 방향, 즉 원래 가려던 길을 향해 핸들을 트는 게 맞습니다.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이렇게 됩니다. 미끄러지는 반대방향으로 핸들을 튼다고 해서 '카운터 스티어링'이라고 합니다. 다만 너무 과하게 틀게 되면 차가 지그재그로 가겠죠. 살짝 미끄러지는 수준을 넘어 이미 바퀴가 서고 회전이 시작됐다면, 이 때는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핸들을 틀어주는 게 그나마 회전, 제동 면적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그렇지만, 두 경우 모두 실제 닥쳤을 때 일반 사람들이 이대로 적절히 대처한다는 건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미끄러지는 차를 세우겠다고 사이드브레이크를 거는 일은 아주 위험합니다. 바퀴가 구르는 상태를 유지해야 제동력도 살고 조향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는데, 사이드브레이크는 바퀴를 세워버리는 효과를 갖기 때문에 차가 통제 불능상태에서 회전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경우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일단 미끄러져 앞차를 향해 다가가게 되면 마음이 급해 사이드를 올리게 되는 경우도 참 많습니다.

몇 가지 상황을 가정해 봤지만, 기본적으로 일단 미끄러지게 되면 차를 통제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안 미끄러지는 게 최선입니다. 빙판길에서는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야 평소 제동거리가 나옵니다. 앞차와 간격을 충분히 유지하고 서행하는 것 외에 더 안전한 운전방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