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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 차도 수출해 볼까?

[취재파일] 내 차도 수출해 볼까?
 차를 처분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새 차를 사면서 영업 사원을 통해 팔기도 하고, 직접 중고차 상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에 넘기기도 하죠. 요즘에는 경매에 내놓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 차를 수출해 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 나라는 작년에만 전 세계 각지에 37만 대의 중고차를 판 나름의 수출 대국입니다. 인천이나 부산, 속초 등 몇 군데에 중고차 수출업체들이 퍼져 있습니다. 이 수출업체들은 보통 국내 중고차 매매상들을 통해 차를 구입한 뒤 외국의 바이어들에게 되파는 식으로 영업을 합니다. 

여느 품목이나 마찬가지지만 중고차 수출 역시 환율에 아주 민감합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수출이 22만대 정도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엔저로 일본 중고차들의 경쟁력이 높아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여기에 연초 있었던 북한 위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한국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만난 요르단 바이어의 경우 올 들어 11월에야 처음 한국에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날까봐 무서워서 도저히 올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지난해 우리 나라 중고차를 가장 많이 사 간 나라는 요르단이었습니다. 다만 요르단이 연식 제한을 두면서 만든 지 5년 이상된 차는 수입하지 않기로 해 올해 1위 자리는 리비아가 차지할 전망입니다. 이렇게 환경 규제를 두는 나라가 늘면서 수출 여건 자체는 좋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 이라크 전쟁 직후 복구 수요가 생기면서 대 이라크 수출이 늘었던 것처럼 중동, 아프리카 정세에도 큰 영향을 받습니다.

일본의 경우 엔저의 효과도 봤지만, 기본적으로 수출 인프라와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중고차수출단지협의회 원순근 이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에는 동남아나 이런쪽에 가서 수출 업체들이 도로도 내주고 다리도 놔준다고 합니다. 저희가 생각할 땐 그런 방식이 이해가 잘 안 되는거죠. 차를 파는 사람이 차를 팔지 남의 나라에 가서 도로를 왜 닦느냐. 그런데 그 쪽 생각은 도로가 나아져야 우리가 차를 더 많이 팔거 아니냐는 생각 그런 생각의 차이죠."

이렇다 보니 우리와 달리 일본 업체들은 규모도 크고, 수출 중고차에 대한 품질 인증도 꼼꼼하게 마련돼 있다고 합니다. 일부 영세한 곳들이 아무 차나 사다 팔았다가 안전성 문제가 생기고, 결국 한국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는 경우가 있다는 게 요즘 수출업체들의 고민입니다. 인허가 등 복잡한 문제가 있어 인천 내에서도 수출업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데 업체들은 품질 관리나 자체 정화 노력을 위해서는 한 데 모여 있는 편이 낫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중고차 수출은 그 자체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타 산업으로의 파급 효과도 크지 않습니다. 다만 수출로 소비되면서 국내 중고차 시세를 일정 부분 떠받치는 효과는 있어 보입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차를 처분하는 여러 경로 중에 수출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인 건 맞습니다. 국내 중고차 매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출업자에게 차를 팔면 중간 단계가 빠지니 돈을 조금 더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중고차 매매상들과 마찬가지로 수출업체들 역시 제각각 가격은 다를 수 있겠지요. 이왕에 발품을 팔아 내 차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싶다면, 여러 군데 중고차 매매상에게 문의하면서 동시에 수출업체에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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