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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도 거론한 한중합작 영화 '이별계약'…성공 비결은?

[취재파일] 대통령도 거론한 한중합작 영화 '이별계약'…성공 비결은?
지난 6월 말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 방문해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양국 협력 성공사례로 영화 ‘이별계약’을 언급했다. 이별계약은 CJ E&M이 기획하고, 한국과 중국의 인력, 자본, 기술이 결합해 만든 오기환 감독의 한중 합작영화다. 지난 4월 12일 중국에서 개봉해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개봉 5주 동안 1억 9197만 위안 벌어들이는 진기록을 세웠다. 한중 합작영화 사상 최고의 성적이자 역대 중국 로맨스 영화 중 8위에 해당으로 성과로 기록됐다. 제작비로 우리 돈 약 54억 원을 들여 356억 4115만 원을 벌어들인 소위 '대박'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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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J E&M 북경지사를 찾아 김영찬 CJ E&M 중국 담당(CJ E&M 중국 대표)을 만나 이별계약의 성공 비결을 물었다.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김영찬 담당은 "이별계약은 사실 중국 영화라서 성공한 것이다”라고 운을 뗐다. “더 정확히는 한국 사람들이 기획하고 제작한 중국 영화다. 그래서 중국에서 성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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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계약’ 제작이 막 시작됐을 때만 해도 멜로영화 ‘선물’의 리메이크작이 목표였다. '선물'을 연출한 한국의 오기환 감독이 투입됐고 중국판의 가제목도 '리우(선물)'로 정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중국 작가들에게 다시 맡겨 중국 상황에 맞게 바꾸는 과정에서 작품의 스토리 골격이 크게 바뀌었다. 제목도 '이별 계약'으로 바뀌었다.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같은 아시아권이지만 중국인과 한국인의 연애 문화는 크게 달랐고 이별계약은 철저히 중국 관객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김영찬 담당은 "한국 관객은 처음부터 포기했다. 한국인들 보기에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부분이 많겠지만 중국인들 보기엔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어 중국인에 맞췄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영화와 중국영화 중 어느 나라 영화냐고 묻는다면 중국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연은 중국어권에서 인기 높은 타이완 배우 펑위옌(31·彭于晏), 중국 여배우 바이바이허(29·白百何)가 맡았고 카메라, 조명 등 주요 제작진은 한국인이다. 중국 내 배급은 중국 국영배급사 차이나필름그룹(CFG)이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심지어 이 중국영화를 한국에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김 담당은 “한국내 성적은 당초 1만 명을 예상했으나 2만 명 정도 들어 선방했다고 자평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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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은 이번 이별계약 성공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그동안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한국작품이 중국에서 별다른 성공을 거둔 적이 없다. 최근 '써니' ‘괴물’ 등 국내 흥행작이 중국내 CGV에 걸렸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별계약에서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CJ는 앞으로도 차기 영화 역시 '중국인을 위한 중국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 그게 한류 2.0이다. 중국의 한류 견제가 심해 이 방법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들어 중국 문화의 부흥과 세계에 중국 문화 알리기를 중점 과제로 정하고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신문출판 광전총국(중국의 출판, 방송, 영화, 광고에 대한 심의와 지원 총괄)의 심의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상영할 수 없는 게 중국 영화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 영화를 만들면 중국 정부가 도와준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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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드라마 역시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한국 드라마'가 아니라 '중국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CJ의 생각이다. 닉 쿤이 출연하는 중국 드라마 '일과 이분의 일, 여름'의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김영찬 중국 CJ E&M 담당은 "이 드라마에서 우리 역할은 해외배급입니다. 일본 MNET, 미국 MNET으로 중국 드라마를 수출해 주는 겁니다. 더불어 드라마 제작 기획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습니다." 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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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의 이런 접근법은 기존 한류와는 다른 개념이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한 한국 드라마를 옮겨다 팔거나 한국 드라마의 포맷을 파는 데 골몰했던 한국 지상파 방송사들과는 다른 행보다. 기획과 제작만 한국의 노하우를 옮겨다 중국에서 촬영한 중국배우 나오는 중국 콘텐츠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한류라면 일단 견제부터 해온 중국 정부가 키워줄 수밖에 없는 새로운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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