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길이가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동굴입니다. 다른 곳도 아닌 서울 도심 주택가에, 비슷한 모양의 동굴이 여러 개가 존재하는 데요, 누가, 또 무슨 이유로 이런 인공동굴들을 만든 걸까요?
심영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주택가.
한 가정집 뒤편으로 돌아가자, 담장 아래 동굴 입구가 나타납니다.
어른 2명이 들어가도 넉넉한 넓이에 동굴 길이만 20미터가 넘습니다.
[송기순/인근 주민 : 왜정 때부터 있었다고 그런 것 같아요. 저도 잘 몰라요. (이사 오셨을 때부터 있었던 거고?) 옛날부터 있었데요.]
바로 이웃집에서도 비슷한 모양의 동굴이 발견됐습니다.
다른 곳으로 연결됐던 통로를 벽돌 등으로 막아놓은 흔적도 보입니다.
반경 1km 내에서 확인된 인공 동굴만 모두 7개, 무엇을 위한 동굴이었을까?
[이복만/인근 주민 : 총독부도 있었고 여기가 중심지이다 보니까 옛날에는 여기가 전부 산이었잖아요. 방공호를 예비적으로 이렇게 파지 않았느냐….]
1940년대 당시 신문을 보면 태평양 전쟁을 앞두고 일제는 지금의 서울인 경성에 방공호 1만 개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방공호 모형을 전시한 전람회를 개최하는 등 건설을 독려했습니다.
서울 주택가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인공 동굴은 이때 만들어진 방공호로 추정됩니다.
[김수정/서울시 역사문화재과 팀장 : 외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우리가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교육적인, 그런 그 유적으로서 보존·활용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픈 역사의 흔적, 이른바 '네거티브 문화재'도 보존해야 하는지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일제 당시 방공호를 근대 문화재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검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영상취재 : 주용진, 영상편집 : 최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