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통 큰 회장님의 다섯 번째 사회 환원

한승구 기자 likehan9@sbs.co.kr

작성 2013.07.04 10:11 수정 2013.07.04 10:3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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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계열사 이노션의 지분 20%를 정몽구 재단에 기탁했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해 다섯번째 사재 출연입니다.

 2007년 비자금 재판 당시 정 회장은 1조원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습니다. 재판부는 8천400억 원을 환원하라고 판결했지만, 당시 이 판결이 파기되면서 사실 정 회장은 사회 환원의 법적인 책임에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판결 여부와 관계없이 2011년 5천억 원을 포함해 지금까지 6천 500억  원의 사재를 내 놨습니다. 이번에 정 회장이 내놓은 이노션 지분은 대략 천억원에서 2천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노션은 비상장 회사라 재단이 외부 기관에 평가를 맡겨 봐야 정확한 규모를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사재 환원으로 첫 판결에 나왔던 8천400억 원이라는 수치에는 거의 근접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습니다.

 이노션은 현대기아차 그룹에서 광고 업무를 하는 계열사입니다. 정 회장이 20%, 나머지는 장녀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장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각각 40%씩 가지고 있는, 100% 정 회장 일가의 회사입니다. 이 이노션은 물류 회사인 글로비스와 함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지적돼 왔습니다. 현대기아차 광고 물량의 상당 부분을 이노션이 가져갔고, 이를 통해 급성장해 왔기 때문입니다.(요즘 현대차는 경제 민주화와 중소기업 살리기 바람 속에 외부 중소 광고 회사들에도 일감을 많이 줍니다.)

 화요일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이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징금 부과 규정이 담겼습니다. 계열사의 지분을 동일인(정 회장) 혹은 그 친인척(정 회장의 두 자녀)이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 계열사에 부당한 이득을 제공했을 때 관련 매출액의 5% 과징금을 부과하게 돼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액수입니다. 얼마나 보유하고 있어야 규제가 되는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지지만, 이노션은 정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되든 간에 이 법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이노션 지분을 정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두 자녀가 가지고 있는 나머지 80% 지분에도 조만간 변동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몽구 500 이노션 지분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정 회장은 세금 부담도 일부 덜게 됐습니다. 공정거래법과 별개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서도 별도의 과세가 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좋은기업지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이노션의 매출액 가운데 현대기아차 그룹으로부터 받은 일감의 비중을 가지고 계산했을 때 대략 10억원, 내년부터 강화될 기준에 따르면 정 회장은 매년 18억원 정도의 세금을 내게 됩니다. 글로비스나 앰코 등 다른 계열사까지 합치면 정 회장 부자가 내게 될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과세는 수백억원에 이르기 때문에 18억원이 큰 돈은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이노션에 관한 한 세금 부담에서는 자유로워졌습니다.

 여러 사정들을 볼 때 정 회장의 이번 사회 환원은 여러 가지 해석을 가능하게 합니다. 앞서 적은 사회 환원일 수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처분해야 하는 지분을 마침 활용했다거나,자녀들의 지분은 놔두고 아버지는 기부함으로써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 여론을 다소 완화하려 한다는 모 재계 인사의 시각도 있었습니다. 국민일보에서는 대통령 방중 동행 직후 통 큰 조치가 나왔다며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 측에서는 정 회장이 나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졌다면서 이번 사회 환원을 순수하게 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진짜가 무엇이든 간에, 결과적으로 이렇게 해마다 큰 액수의 사회 환원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정몽구 재단은 어린이 의료나 농·산·어촌 학습 지원, 저소득층 장학 지원, 대학생 학자금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공정하고 효과적인 사업 실천을 바랍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정 회장이 정말 나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졌다면 8천 400억 원을 넘어서는 사재 출연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