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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황에도 경차가 안 팔리는 이유

[취재파일] 불황에도 경차가 안 팔리는 이유
 작년 여름 쯤에 이런 기사가 나갔습니다. "불황 때문에 사람들이 차 크기를 줄이면서 경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차값도 싸고, 유지비도 덜 드니 몸값이 올라갈 수 밖에요.
 
 그런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경차 인기가 한풀 꺾였습니다. 올 1,2월 들어 판매량이 줄어든 것입니다. 근 7년만에 처음있는 일입니다. 각 제조회사들로부터 받은 판매량 수치는 이렇습니다.
 
  기아 모닝 기아 레이 한국GM 스파크 합계
2012.1~2 13,364 1,0135  7,775 31,274
2013.1~2 14,639   4,026 10,046 28,711
 
 작년 동기 대비 8.2%정도 감소한 28,711대가 팔렸습니다. 다만 해석의 논란은 있을 수 있습니다. 레이는 신차 효과가 빠지면서 10,135대에서 4,026대로 큰 폭 감소한 반면, 모닝와 스파크는 오히려 판매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경차 판매량 감소는 레이의 부진 때문이지 경차 전반의 침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파크 판매 급증에 막 출시된 2013년형 효과가 없지 않다는 점, 레이가 경차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이 가격대 차량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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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경차의 인기가 왜 주춤해 졌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불황' 때문입니다. 1년 전에는 불황 때문에 경차가 잘 팔린다더니만, 이제는 불황 때문에 경차가 안 팔린다니!
 
 불황이 너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경차 구매도 망설이는 단계까지 왔다는 얘기입니다. 기존의 경차 구매자들 가운데 60% 정도는 이른바 '세컨드 카' 목적으로 차를 사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미 집에 차가 한 대 있고, 도심 출퇴근 등 가벼운 용도로 차를 한 대 더 산다는 것인데요, 가계 부채가 쌓이면서 차를 한 대 더 굴릴 여유가 줄었다는 뜻이겠지요.
 
 또 한가지, 구직난과 높은 청년 실업률도 경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젊은이들이 취직하고 생애 첫 차로 경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는데, 취직 자체가 안 돼다 보니 당연히 자동차 수요도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경차 가격이 너무 비쌉니다. 자동변속기 하나만 달아도 가장 기본 단계 모델 대부분이 1천만원이 넘어갑니다. 에어백 같은 안전 옵션 한 두개만 끼워 넣으면 1천200만원이 우습습니다. 경차가 경차가 아니라는 말은 순전히 가격 때문에 나온 말입니다.
 
 저는 열흘 쯤 전에 SUV를 비롯한 레저용 차량들 인기가 치솟고 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경차보다 최소 2배는 비싼 레저용 차들은 이렇게 잘 팔리고 있습니다. 수입차도 마찬가지고요. 불황의 장기화는 소비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습니다.
 
 올해 경기 전망도 어둡습니다. 경차 뿐만 아니라 자동차 내수 시장 전반이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서민들 몫이 훨씬 더 줄어들 거라 생각하면 씁쓸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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