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전문가들은 자살을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빈발하는 원인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취약계층 문제를 꼽습니다. 절대적 기준에서 삶의 질이 떨어진 것은 물론 사회적인 안전망이 취약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극화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까지 커졌다는 것이지요. 지금 당장의 내 처지가 어렵고 힘든데 아무리 노력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느끼면, 즉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자살한 사람은 만 5천 명 정도에 이릅니다. 그런데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10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역시 대부분 돈 문제였습니다. 20대부터 50대까지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는데, 특히 40-50대는 절반 이상이 경제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고 답했습니다. 60대 이상 노령 층에서는 질병 다음으로 경제적 문제를 꼽았습니다. 질병에 의료비 부담이라는 측면이 포함돼 있다고 보면 성인 전 연령층에서 대부분 돈 때문에 생을 끊을 결심을 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더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인 90년대 후반과 세계적 경제위기가 있던 2007년 후 자살률이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젊은 가장으로 대표될 수 있는 40대 남성 자살률이 유독 증가했는데, 이런 경제난, 양극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안전망과 빈곤문제 해결 없이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지원 내용은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고위험군을 관리하고 상담해 줄 전국의 정신보건센터는 180곳 뿐인데 한 곳당 평균 다섯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연 상담 인원이 13만 명이니까 직원 한 명 당 2만 5천 명을 관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울 노원구 등 몇 개 지자체는 중점 사업으로 정신질환과 자살예방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에서는 한 센터 당 1억 5천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15%는 살면서 자살을 한 번쯤 생각해 봤다고 합니다. 이 숫자가 더 높아지지 않도록 자살 1위국이라는 부끄러운 이름을 서둘러 내어주도록 저소득층과 장애인, 실직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돌봄을 강화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자살예방 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