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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무 섬유질로 전지를 만든다고?

[취재파일] 나무 섬유질로 전지를 만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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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전지를 만든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나무 섬유질을 이용해 2차 전지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2차 전지는 한 번 쓰고 버리는 1차 전지(일반 건전지)와 달리 외부 전원을 이용해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전지입니다. 때문에 휴대전화와 노트북, 디지털 카메라 등 소형 가전 기기의 배터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기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쓰일 정도로 그 활용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2차 전지는 크게 (+)기판과 (-)기판, 분리막 세 가지로 이뤄져 있습니다. 분리막은 전체 2차 전지 값의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의 핵심 부품으로 양 기판의 접촉을 막으면서 동시에 리튬 이온의 이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은 현재, 폴리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 등 석유계 물질로 만들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 사용되는 분리막의 거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산림과학원과 강원대 연구팀이 나무 섬유질을 이용해 이 핵심 부품인, 분리막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목질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섬유질인 셀롤로오스를 10억분의 1 크기인 나노 크기로 쪼개 '나노 종이 셀롤로오스'를 만들어 분리막으로 개발한 겁니다.

석유가 아닌 자연 그대로의 나무를 원료로 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데다가, 나무 종류에 관계없이 셀롤로오스 추출이 가능해 경제성도 높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나노 종이 셀롤로오스로 만든 분리막은 기존의 석유계 물질로 만든 분리막과 비교해 화학적, 전기적 성질은 동일하면서도 열에 강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기존 플라스틱 분리막은 150도 이상의 고온에서는 수축이 되는 등 일부 변형이 일어났지만, 종이 셀롤로오스 분리막은 고온에서도 일정한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또 전해질의 이온 투과 정도가 매우 활발해 극성에 관계없이 다양한 종류의 전해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고품질의 리튬이온 전지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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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 성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달 말 영국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Journal of Material chemistry' 등 유수 과학지에 실렸습니다. 산림과학원은 국내 특허 등록을 한 데 이어 해외에도 특허 출원 중이어서 조만간 수출 길도 열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로열티 등을 통한 외화 벌이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전 세계 분리막 시장은 올해 기준으로 1조 2천억 원에 달합니다.

특히, 우리 기업이 신기술을 활용할 경우, 분리막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상됩니다. 현재, 세계시장은 24%를 점유한 미국 셀가드의 뒤를 이어 일본 아사히, 미국 토넨, 한국 SK이노베이션, 일본 우베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종이 셀룰로오스 분리막을 이용한 리튬이온 2차 전지를 누가 선점, 활용하느냐에 따라 분리막 시장 구도도 크게 출렁일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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