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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서민 고기' 삼겹살, 인기 부위의 비애

특명: 삼겹살 대체 부위를 찾아라

[취재파일] '서민 고기' 삼겹살, 인기 부위의 비애
예나 지금이나 돼지고기, 특히 삼겹살은 대표적인 서민 애호 식품입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직장 회식이나 가족 나들이, 친구들끼리의 저녁 모임에서 삼겹살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데다가 쫀득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 때문입니다.

1년에 소비되는 삼겹살은 27만 톤으로, 1인당 9킬로그램 정도를 먹습니다. 1인당 쇠고기 소비량 8.8킬로그램보다도 많은 양이고요, 전체 돼지고기로 따져도 소비량의 절반 가까이인 47%를 삼겹살로 먹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겹살 사랑이 지나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100킬로그램짜리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은 9~10kg 정도입니다. 뼈와 피를 뺀  돼지고기량(정육량)으로 따져도 삼겹살의 비율은 18%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돼지고기를 찾는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삼겹살을 선호하고 있으니 자연히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부족한 양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국내에서 소비된 삼겹살 26만 7천 톤 가운데 58%인 15만 5천 톤을 해외에서 들여왔습니다.

삼겹살 편애로 인해, 덩달아 가격도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2007년 1킬로그램에 만 4천 원 정도였던 삼겹살 가격은 지난해 2만 원 이상으로 뛰었습니다. 금겹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휴가철이 다가오면서 삼겹살 수요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요, 이에 정부는 양돈 농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 삼겹살 4만 톤을 무관세로 들여온 데 이어, 2분기에도 삼만 톤을 추가로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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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는 삼겹살 사랑의 폐해는 또 있습니다. 뒷다리나 앞다리 같은 이른바 '비선호 부위'들이 소비 부족으로 인해 남아돌고 있습니다. 삼겹살을 포함해 목살과 갈비 등 우리가 선호하는 부위는 전체 돼지고기의 35%에 불과합니다. 앞다리와 뒷다리, 등심 등 나머지 65%에 달하는 비 선호 부위는 가격이 삼겹살의 3분의 1도 안 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냉동창고에 재고가 쌓여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겹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돼지 도축량을 늘릴수록, 팔리지 않은 채 재고로 쌓이는 비인기 부위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특히, 65%나 되는 비인기 부위가 소비부족으로 인해 비교적 싼값에 거래되면서 축산농민들의 소득 증가에도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과거부터 삼겹살 대체 부위를 찾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져 왔는데요,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불에 구워먹는 것을 선호하는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농촌진흥청이 돼지 앞다리와 뒷다리에서 삼겹살처럼 구워먹을 수 있는 4가지 부위를 찾아냈습니다. 앞다리와 뒷다리는 저지방 부위여서 사실 구이용으로 쓰지 못하고, 돈가스나 햄, 소시지의 원료로 쓰여 왔습니다. 그런데 농진청이 앞다리와 뒷다리의 20여 개 근육을 대상으로 맛과 육질을 평가해 구이용으로 적합한 근육을 찾아 낸 겁니다. 앞다리에서는 꾸리살과 부채살, 주걱살이 또, 뒷다리에서는 홍두깨살 등이 구워먹기에 적합하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식에서도 '부드럽고, 돼지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퍽퍽하지 않고 쇠고기 맛이 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들 근육은 저지방 부위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지방 함량이 5% 내외에 불과합니다. 20~30% 정도인 삼겹살의 4분의 1에서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겁니다. 상대적으로 살찔 염려 없이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농진청은 이번에 새로 찾아낸 4개 부위가 삼겹살 소비를 대체하는 동시에, 축산 농가 소득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낸 대체 부위는 100킬로그램짜리 돼지 한 마리에서 3.6kg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전체 앞, 뒤다리 살의 14%에 불과한 양입니다. 따라서 나머지 비 선호 부위의 활용 방안에 대한 추가 연구와 함께 삼겹살에만 쏠려 있는 소비자의 기호를 다양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홍보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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