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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어값 폭등…왜?

치어 한 마리에 7천 원?

[취재파일] 장어값 폭등…왜?
보양음식으로 큰 인기인 민물장어 값이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식당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도매 가격을 견디지 못하고 요리 가격을 앞다퉈 올리고 있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한 마리에 1만 5천 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2만 원은 족히 줘야 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도매시장인 노량진 수산시장에서도 킬로그램당 가격이 지난해 12월, 3만 8천 원에서 1월 말에는 5만 8천 원으로 한달 새 50%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장어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일부 양식장과 도매상이 더 큰 마진을 위해 출하를 미루고, 더 오르기 전에 사두려는 소매상들의 가수요까지 더해지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어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식당이나 도매상, 양식장 어느 곳 하나 웃는 곳이 없습니다. 이번 장어값 급등이 누군가의 폭리 때문에 아니라 치어값 상승에서 비롯됐기 때문입니다. 장어는 인공부화가 안 되는 어종이어서 작은 치어를 사다가 1년 간 양식한 뒤 출하해야 하는데 이 치어값이 한마리당 3천 원에서 최근 7천 원으로 두 배 넘게 껑충 뛰었습니다. 고무줄 굵기의 5cm 정도의 치어가 웬만한 생선 한 마리 값보다 비싸졌다는 얘깁니다.

양식장들은 비싼 돈을 들여 치어를 사다가 키워봐야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출하를 해야 한다며 울상입니다. 1년간 키우는 데 드는 사료비와 인건비, 난방비도 건지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도매상과 식당들 역시, 치어 가격 상승으로 장어값이 급등하다보니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매출이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번 장어값 파동이 치어 가격 폭등에서 왔다는 건데, 그렇다면 치어 가격은 왜 이렇게 뛰었을까요? 장어는 민물에서 자라지만, 알은 깊은 바다 속에서 낳습니다. 이 때문에 장어는 3천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괌 근처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여기서 부화한 치어가 다시 바다를 거슬러 올라와 자라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몇 가지 이유로 회귀하는 치어 수가 급격히 줄었습니다.

먼저, 양식업자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장어의 '생태 이동길'이 막혔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댐과 둑이 마구 건설되면서, 장어가 산란하러 내려가지도 못하고, 또, 치어가 크러 민물로 올라오지도 못한다는 것입니다. 

치어 급감의 또 다른 이유로는 중국의 남획을 들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수산물 소비가 급증하면서 고급어종인 장어의 포획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또, 유럽이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유럽산 장어의 국가간 거래 규제를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주로 유럽산을 양식하던 중국이 대체 어종으로 우리가 주로 소비하는 극동산 장어 치어의 포획을 크게 늘리면서 치어의 씨가 마른 겁니다.

또,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적 요인으로 극동산 장어의 산란지가 위도로 1도 정도 남하하면서 회귀가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자연적으로 단기에 치어 수를 늘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당분간 장어 값의 고공행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문에, 서둘러 장어의 완전 양식에 성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인공부화와 치어에서 성어까지의 사육이 가능하도록 양식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민물에서 자라 바다에서 알을 낳고, 또 수천 킬로를 이동하는 장어의 생태적 특성상 치어가 뭘 먹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4년 여의 연구 끝에 최근 순수 우리 기술로 장어 인공부화에 성공했습니다. 현재는 치어를 100일까지 키우는 데도 성공했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습니다. 앞으로 50일에서 100일 정도를 더 키워 양식장에서도 사육이 가능한 실뱀장어로의 변태 과정을 성공시켜야 하고, 세대간 유전도 이뤄내야 합니다. 전세계에서 일본 만이 이 과정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80년 가까이 장어 완전 양식을 연구한 일본 역시, 대량 양식이 가능한 상업화 단계까지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우수한 인적자원과 양식 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는 최근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5년 정도로 줄였습니다. 양식업계는 한·중·일·대만 4국의 장어 시장 규모를 7조 원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사료 시장까지 고려하면 시장 규모는 20조 원으로 커집니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소리없는 양식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종묘(치어) 전쟁에서 이기는 나라가 20조 규모의 블루오션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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