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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흰다리새우에 이름 빼앗긴 대하

대하에 대한 연구는 얼마나 하고 있는지…

[취재파일] 흰다리새우에 이름 빼앗긴 대하

동남아종인 흰다리새우가 가을철 별미인 대하로 둔갑해 팔리는 현실을 리포트했습니다. 이미 전국적인 현상으로 포구나 어시장은 물론 동네 횟집에서 대하라고 팔리는 것들의 대부분이 흰다리새우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입니다.

대하는 그야말로 예부터 우리바다에서 나고 우리 어민들이 키워온 토종 새우인 반면, 흰다리새우는 동남아종으로 국내 양식장에서 묘종을 받아 키운 외래종입니다. 법규상 외래종도 6개월 동안 국내에서 키우면 국내산으로 팔릴 수는 있지만 토종 새우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그 이름마저 외래종에게 내주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상인들은 흰다리새우라면 소비자들이 잘 모르고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대하라고 팔 수 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시중에 팔리는 새우는 전부 흰다리새우라고 말합니다.

제가 취재파일을 빌려 말하고 싶은 내용은 외래종이 토종새우 대하로 둔갑한 현실보다는 왜 토종새우인 대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겁니다.

현재 국내 새우 양식장은 400곳이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그 가운데 토종 새우 대하를키우는 곳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정확한 수를 알려고 애를 썼지만 국가연구기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흰다리새우가 양식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것은 6~7년 전 일입니다. 대하는 성질이 급하셔서(?) 자연산의 경우 잡자마자 죽는 게 99%입니다. 양식의 경우는 흰반점 바이러스에 약해서 한 달 정도 키우다 집단폐사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양식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1년 농사를 다 망치는 경우가 2, 3년만에 한 번씩 반복되는 셈이죠.
 

이런 와중에 흰다리새우가 흰반점바이러스에 강하다는 연구가 나왔고, 그러자 너도나도 대하대신 흰다리새우를 양식하게 됩니다. 모습도 비슷해서 일반인의 경우는 구별도 쉽지 않고 맛도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유도 한 몫을 했습니다. 이러면서 최근 2, 3년 동안 대하를 찾아보기는 힘들게 됐습니다.

전국새우양식협회의 도움으로 힘들게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대하 양식장을 하는 한 양식업자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분 말로는 지난해까지 대하 양식을 하는 양식장이 7~8곳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바이러스로 집단폐사를 해 사실상 자기가 아마도 남해 부근의 마지막 대하 양식장이라고 하더군요. 대하를 하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이제는 도매상도 사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결국 이 분도 일반소비자가 직접 와서 사먹는 소매방식으로 양식장을 겨우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대하의 경우 물에 떠다니면서 다녀 바닥을 기어다니는 흰다리새우에 비해 활동량이 많고 작은 편이라고 합니다. 활동량이 많으니 같은 면적에 사는 개체수도 흰다리새우에 비해 적다고 합니다. 또한 대하는 흰다리새우보다 한 달 더 많은 넉 달을 키워야 출하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활동량도 많고 키우는 기간이 기니 단백질이 더 필요하고 사료도 더 많이 들어간다고 합니다. 또한, 요즘은 대하 키우는 곳도 없어 치어 구하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하네요.

이러다 보니 대하의 경우 시장에 더 비싸게 팔아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유인즉 사람들이 흰다리새우를 대하로 알고 있어 자신이 키운 진짜 대하를 보고는 몸집도 작은데 뭐가 특별해서 돈을 더 받느냐며 외면을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흰다리새우와 같은 값에 팔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대하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물었습니다. 왜냐고. 답은 간단했습니다. '더 맛있다'였습니다. 고기도 생선도 우리 것이 입맛에 맞듯이 새우도 토종이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먹어보니 흰다리새우는 통통하지만 푸석푸석한 맛이 느껴진 반면 대하는 조금 작지만 껍질도 훨씬 얇고 살도 훨씬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이 맛을 멀리 장흥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게 아쉽더군요.

대하를 키우시는 분이 한 말씀을 하시더군요. 왜 흰다리새우를 실내에서도 키우는 연구는 열심히 하면서 우리 것인 대하의 면연력을 키우는 연구라든지 무병새우로 만드는 연구는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요. 병을 견디는 연구는 하지 않고 손쉽게 대체물을 어민들에게 소개하니 대하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말이죠.

이 분 말씀이 흰다리새우가 흰반점바이러스에는 강하지만 이것도 약점이 있어서 본토인 동남아의 경우 흰다리새우가 전염병 때문에 사실상 폐사 위기에 놓였다는 것입니다. 결국 흰다리새우도 언제가는 전염병에 사라질 위기에 놓일 것이고 이렇다면 국가 연구소들은 어떤 새우를 또 양식어민들에게 추천할까요? 타이거새우?

이번 취재를 하면서 수산당국이 너무나 근시안적인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의 이익과 편리만을 고려해 토종새우 양식을 등한시하고 버려두는 게 아닌가? 결국 그 대체 새우 역시 같은 상황이 되면 또 다른 새우를 구하려고 할 것이 아닌가 말이죠.  실제로 새우를 전문으로 하는 한 서해수산연구소의 경우 대하는 버려두고 흰다리새우의 양식법에 대한 연구만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더 황당한 건 연구소 과장이라는 분께서는 대하라는 말 자체가 큰 새우를 말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흰다리새우를 대하라고 붙여놓고 파는 건 잘못된 게 아니라고 말하더군요. 대하의 한자어를 풀면 큰 새우라고 돼있는 것은 옛부터 우리나라의 토종 새우 가운데 큰 새우를 대하라고 불렀기 때문이죠. 그 당시에는 외래종 새우가 있기나 했나요? 어이가 없었습니다.

토종 새우 가운데 큰 것을 대하라고 불렀던 건데 외래종도 크다고 대하라고 할 수 있다는 새우 전문가의 말씀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너무 황당해 이 내용을 한 대학의 교수에게 전해드렸더니 기가 차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국책연구소에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집안이 대대로 서해안의 한 마을에서 터를 잡아와서 어려서부터 가을철이면 대하를 자주 먹곤 했습니다. 사실 이번 취재도 최근에 대하가 제가 알던 모습과 다른 점이 이상해서 시작을 했고요. 우리 것이 소중하다며 지키야 한다며 누구나 한 마디씩 하는 요즘에, 대하 문제는 조금 뒤틀린 방향으로 흐르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라져가는 진짜 대하를 맛보면서 우리 아이들은 진짜 대하의 맛을 모르고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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