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K의 MRO가 삼성보다 박수받는 이유?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1.08.09 09:14 수정 2011.08.09 10:1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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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데 이어 SK도 MRO 사업 철수를 선언했습니다. LG, 포스코 등 다른 대기업들이 MRO 해법을 놓고 '눈치보기'를 하는 가운데 이들 두 기업의 잇따른 결정은 다른 대기업들의 선택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SK가 MRO 철수라는 같은 결정을 내렸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삼성은 9개 계열사가 보유한 MRO 자회사(IMK)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 경우, 누가 지분을 인수하느냐가 쟁점으로 남습니다. 다른 대기업나 외국계 기업이 지분을 인수한다면 중소기업에는 득이 될 게 별로 없습니다. 도리어 훨씬 더 싼 가격에 소모성 자재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과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삼성은 중소기업(컨소시엄 포함)이 지분을 인수하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지분을 개별 중소기업이 사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반면, SK는 '통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룹 MRO 자회사인 MRO코리아를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사회적 기업은 영리 추구 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이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입니다. 실제로 MRO코리아는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30% 이상 고용하고, 기업 이윤의 3분의 2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습니다. 연 매출 천억 원이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이 생기게 된 겁니다.

일부에서는 SK가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속내'를 의심하기도 합니다. SK의 주력 사업부분인 통신과 정유 모두 정부의 입김이 강한 규제 산업인 만큼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고, 특히 이들 두 업종이 물가 불안을 야기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떠밀려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또, 하이닉스 인수전에 뛰어든 SK가 소위 '점수따기'에 나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속내야 어떻든 SK의 통 큰 결정은 삼성보다 더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상생과 동반성장은 물론이고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일석 3조의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SK의 결정이 LG와 포스코 등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는 대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SK에 보내는 박수의 세기가 좀 더 세져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낌 없는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다른 대기업들의 선택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