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움푹 패인 도로, 사고 책임은?

정형택 기자 goodi@sbs.co.kr

작성 2011.07.25 19: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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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장마 기간에는 평년보다 2배나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서울만 해도 지난 30년 동안의 장마 기간 평균 강수량은 428mm였는데, 올해는 802mm나 됐습니다. 그로 인한 피해도 곳곳에서 속출했습니다. 안타까운 인명 피해와 함께 다수의 농경지와 주택이 침수됐습니다.

폭우의 상처는 도로 곳곳에도 남았는데요, 많은 비로 인해 주요 도로가 갈라지고 패였습니다. 너덜너덜한 도로를 지날 때마다 차가 덜컹거리는 것은 물론이고 타이어가 찢어지거나 바퀴의 휠이 찌그러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는 장마가 끝나기가 무섭게 구멍 난 도로를 매우는 공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올 들어 지난 7월 16일까지 모두 3만 4천여 건의 도로 보수 공사를 했는데, 이중 37%인 만 3천여 건이 장마기간에 집중됐습니다. 응급 복구반을 투입해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많은 곳에서 도로 깨짐 현상이 발생하다 보니 적기에 조치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처럼 장마철에 도로 패임 현상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아스팔트가 물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양의 비가 아스팔트 사이로 스며들면서 틈이 생기고, 이 때문에 아스팔트의 강도가 약해지게 되는데, 차들이 그 위를 지나면서 도로가 깨지게 되는 겁니다. 특히, 장마철에는 물이 제때 빠지지 못하고 노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도로는 더 약해지게 됩니다.

이런 현상은 버스 전용차로에서 더욱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버스의 무게가 승용차의 열 배가 넘는데다가 도로와 바퀴의 접촉 면적도 승용차의 4배가 넘기 때문에 아스팔트가 버텨내지 못하는 겁니다. 버스는 많은 승객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인 만큼 사고로 이어진다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빗물에 도로가 떨어지 나가지 않도록 아스팔트의 강도를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아스팔트 강도는 비가 올 경우 정상일 때의 75%만 유지하면 되도록 기준이 돼 있습니다. 85%인 선진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아스팔트의 강도를 높여 놓으면 겨울철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아스팔트의 신축성이 떨어지게 돼 도로가 얼고 녹고를 반복하는 겨울철에는 오히려 도로 손상이 커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파손 부분을 땜질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노후 도로를 전면 재포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예산 부족과 교통 정체를 우려해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매년 포트홀이 반복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패인 도로(pot hole)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도로의 설치와 유지,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도로공사와 지자체에 1차 책임이 있습니다. 다만, 도로의 위험 요인에 대해 운전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위험에 대해 적절히 대응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이 훤히 보이는 대낮에 사고가 났다면, 포트홀을 미리 보고 피하지 못한 운전자의 과실(전방 주의 태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물이 고였거나 한 밤중이어서 미리 포트홀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운전자의 책임은 크게 줄어들게 됩니다.

포트홀 때문에 피해를 입은 운전자라면,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현장 사진 등의 증거를 토대로 지자체나 도로공사에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상은 운전자의 과실과 책임의 정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피해가 분명하고, 적은 금액이라면 지자체에서 바로 피해액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피해 금액이 크거나 운전자의 과실 여부를 놓고 이견이 있다면 소송까지 가는 불편을 감내해야 합니다. 패인 도로 때문에 인명,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도로의 설치와 유지. 관리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