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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등록금 벌려다 참변당한 대학생…장례도 못 치러

[취재파일] 등록금 벌려다 참변당한 대학생…장례도 못 치러

지난 주말 경기도 고양시 이마트 탄현점 지하 기계실에서 냉동기 점검 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숨졌습니다. 인체에 해로운 냉매가스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그 중 한 명인 23살 황승원 씨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에 나갔다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위에 안타까움을 샀습니다.

그제(6일) 직접 황승원 씨의 시신이 보관된 동국대 병원을 찾아가 어렵게 유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정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 막 부검이 끝난 상태였고, 회사 측과의 보상 문제로 아직 빈소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생때 같은 자식, 그것도 가장 역할을 해오던 큰아들을 갑작스레 떠나보낸 어머니를 취재한다는 것이 무척 망설여졌습니다. 몇 번을 고민한 끝에 친지들께 먼저, 인터뷰 의사를 여쭤봤고 잠시 망설이시던 어머니는 선뜻 인터뷰에 응하셨습니다.

어머니는 고 황승원 씨를 너무나 착하고 듬직한 아들로 기억했습니다. 어렸을 때 손가락을 크게 다친 적이 있어 우는 아이를 업어 달랜 적이 있는데, 그 어린 녀석이 '걱정시켜 죄송해요'라며 되레 자신을 염려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세 살 터울인 동생을 가졌을 때는 남산만한 배를 보고는 '엄마 무겁죠?'라며 작은 손으로 배를 받혀주는 시늉을 하던 마음 따뜻한 아이로 기억했습니다. 그런데 황씨가 중학교 2학년 되던 해, 아버지의 사업이 크게 기울어 황 씨는 학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에 미련이 남았던 황 씨는 몇 년 뒤 홀로 검정고시를 준비했고 6개월 만에 검정고시에 합격해 그해 세종대에 입학했습니다. 그때도 형편이 나아지지 않아 황 씨는 1·2학기 등록금과 입학금 8백만 원을 모두 대출받았습니다. 원하던 과가 아니었기에 2학년 때 재수를 결심했고, 이듬해 서울시립대에 입학했습니다. 1학기 입학금은 공장 일을 하는 어머니가 어렵게 모든 돈으로 겨우겨우 해결했지만, 당장 2학기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 돼 황 씨는 군 입대를 결심합니다.

지난 5월 전역한 뒤에도 등록금은 황 씨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습니다. 9월에 복학해야 한다며 전역한 지 이틀 만에 아르바이트에 나섰습니다. 월 150만 원.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많은 돈을 준다는 이유로 황 씨는 어렵고 힘든 냉동기 점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일한지 불과 40여 일 만에 황 씨는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게 된 겁니다. 어머니는 아들 같은 대학생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대학생들이 값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하고 싶은 일도 못 한 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더 이상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대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연방 눈시울을 붉히셨습니다. 버거운 짐을 진 채 너무나 짧은 나이에 생을 떠난 황 씨가 안타까워 오늘 유가족과 다시 통화했습니다.

장례 절차가 잘 마무리 됐는지를 물으려 전화했었는데, 아직도 황 씨가 차가운 시신보관냉장고에 그대로 있다는 뜻밖의 말을 듣게 됐습니다. 황 씨를 포함한 희생사 3명의 합동분향소가 그젯밤 어렵게 마련됐습니다. 하지만,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냉동기 점검 회사인 트레인 코리아 측도, 사고가 발생한 장소인 이마트 측도 일언반구의 말이 없다고 합니다.

보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유가족들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장례를 미루고 있습니다. 학우였던 고 황승원 씨를 돕겠다며 시립대는 모금활동을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어깨가 무거운 대학생이 많다며 모금을 극구 사양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마지막 바람은 보상 절차가 마무리 돼 하루라도 빨리 아들을 편한 곳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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