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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항공사 고무줄 성수기, 승객들은 화난다

[취재파일] 항공사 고무줄 성수기, 승객들은 화난다

올해 2011년은 휴일이 참 많습니다. 토요일, 일요일과 겹치는 법정 공휴일이 3일 뿐이어서 올해 연휴 일수는 4년 만에 최고라고 합니다. 직장인들에게는 특히 반가운 소식인데... 이렇게 늘어난 공휴일을 이용해 항공사들이 잇속을 챙기고 있어서 승객들의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항공사들은 1년 중 승객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이나 명절, 연말, 연시 등을 성수기로 지정해 놓고 승객들의 수요를 분산하고 있습니다. 항공 요금이 10%에서 최대 20%까지 비싸기 때문에 굳이 이 시기에 여행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은 다른 기간으로 일정을 조정하라는 뜻이겠죠. 상당수의 승객들은 이런 '성수기' 일정이 일년 중 대략 비슷한 날수로 정해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항공사들이 상황에 따라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올해 연휴가 많고, 징검다리 휴일도 많다 보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참에 성수기 기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지난해 두 항공사의 성수기 일수는 각각 57일씩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19일이나 늘어난 76일로 확 늘어났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삼일절 연휴, 어린이날 연휴, 현충일 연휴, 개천절 연휴를 성수기로 지정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징검다리 연휴 사이사이의 평일까지 성수기로 집어넣었습니다. 휴일이 아닌 평일까지 성수기에 포함시키면서 이번 어린이날 연휴의 경우 휴일이 아닌 지난 6일과 9일이 모두 성수기에 들어갔습니다. 삼일절 연휴 때도 평일인 2월 28일이 성수기에 들어갔습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제주항공 등 저가항공사들도 올해 성수기를 약속이나 한 것처럼 76일로 높여놨습니다. 닷새 중 하루 꼴로 성수기인 셈입니다.

김포-제주간 편도 항공 요금은 보통 8만 4천 원 정도인데, 성수기 운임을 적용하면 9만 2천 원으로 훌쩍 올라갑니다. 또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끊으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성수기에는 평소보다 50% 더 많은 마일리지가 차감되기 때문에 승객들로서는 이만저만한 피해가 아닌 상황입니다. 돈을 내면 10%정도 요금을 더 받으면서 마일리지는 50%나 올려버리니 아예 성수기에는 마일리지 사용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명백한 항공사들의 횡포지만, 아쉽게도 이를 막을 마땅한 수단이 없습니다. 항공 요금 변경은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지만, 성수기 지정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냥 항공사들이 임의대로 성수기 일수를 정하고 이를 승객들에게 미리 알리기만 하면 됩니다.

이에 대해 항공사들은 '수요 분산' 차원이었다는 원론적인 해명을 내놨습니다. 해명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군색한 변명으로 느끼는 분들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정부가 물가 인상을 꽉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요금 인상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항공사들이 이런 '꼼수'를 통해 사실상의 항공료 인상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더 와 닿는군요.

민간 항공사들의 자율 경쟁에 따라 요금이나 성수기가 정해지는 시장 구조가 바람직하겠지만,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성수기 일정을 정하는 - 게다가 마치 담합을 한 것처럼 성수기 일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 방식에는 뭔가 규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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