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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세계문화유산' 자격 박탈 나올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독일 엘베계곡 '심각 고려'

매년 6월, 세계 각국을 돌며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는 세계유산을 등재하는 일 뿐만 아니라 그것의 현재적 보존 상태를 점검하는 일도 비중 있게 다룬다.

특히 후자의 결과를 토대로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이하 위험 세계유산)에 오를 수도 있으며, 심지어 그런 상태에서 해당 문화유산을 구제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때는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지난 22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세비야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또한 26-27일 이틀간 한국의 '조선왕릉'을 비롯한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하기에 앞서 25일까지는 '위험 세계유산'을 심사한다.

이번 회의에 오른 '위험 문화유산'은 모두 30곳. 세부 목록을 보면, 예상대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분쟁지역이나 제3세계 저개발지역에 소재하는 경우가 압도적이다.

예컨대 아시아에서는 아프가니스칸의 '바미얀 계곡 유적'을 필두로 이라크의 '아부 메나 그리스도교 유적'과 '사마라 고고유적 도시', 요르단 점령지역의 '고도 예루살렘과 도시벽', 예멘의 '자비드 역사도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프리카에서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마노보-군다 성 플로리스 국립공원'과 에티오피아의 '시멘 국립공원'을 비롯해 콩고에 소재하는 세계유산들인 '비릉가 국립공원'과 '카후지-비에가 국립공원', '가람바 국립공원', '살롱가 국립공원', '오카피 야생동물 보존지구' 등이 모두 정치적 불안전성이나 밀렵 및 개발 난무로 위험 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생물학 보고라고 일컫는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서 섬' 또한 갈라파고스 특별법의 부적절한 이행과 집행 부족, 관리 부족, 그리고 무분별한 관광자원 개발 등을 이유로 지난 2007년 위험유산에 등재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들 30개 목록 중 가장 뜻밖인 곳은 2004년 등재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 수백년 동안 형성된 역사자연경관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등재 2년만인 2006년 위험유산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자칫하면 세계문화유산 자격이 박탈된 사상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지 모른다.

지난 22일 대회 개막일부터 이번 회의에 참가한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채수희 서기관은 "(세계유산위의 독일에 대한) 분위기는 매우 강경하며, 세계문화유산 등재 자격을 박탈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 서기관에 의하면, 이번 기회를 빌려 세계유산 지역에서의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이같은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아주 높다는 것이다.

엘베 계곡이 도마에 오른 까닭은 이 유적지 중심부를 관통하는 곳에 독일 당국이 대규모 교량을 설치하려 하기 때문.

올해까지 네 번째 세계유산위에 참가 중인 같은 문화재청 국제교류과 조효상 주무관은 "현지 실사 보고에 의하면, 엘베 계곡에는 이미 교량 건설을 위한 기초공사까지 마무리된 상태"라면서 "(세계유산 등재 자격 박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해 독일측에서는 다각적인 로비를 벌이는 중"이라고 전했다.

25일 현재 등재된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679곳, 자연유산 174곳, 그리고 이 두 가지 성격을 아울러 지닌 복합유산 25곳을 합쳐 모두 878건.

조효상 주무관에 의하면, 이전에 세계유산 등재 자격이 박탈된 경우는 지난 2007년 오만의 '자연유산'인 '아라비안 영양 보호구역'에 대해 단 한 번 있기는 했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엘베 계곡에 대한 등재 자격이 박탈되면, 자연유산이 아닌 세계문화유산 중에서 그런 위험성 때문에 불명예를 보유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25일 세비야에 도착한 이번 회의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건무 문화재청장은 "엘베 계곡 사례를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세계유산을 포함한 문화재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은 원칙적으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비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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