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을 담당한 저는 최근 몇몇 취재원에게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여권 인사 2명의 진로가 새누리당 내 계파 갈등의 향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걸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 2명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 이사장과, 며칠 전 청와대에서 면직된 음종환 전 행정관입니다.
SBS가 새누리당 최고위원 9명을 상대로 최고위원 본인에게 직접 또는 보좌진을 통해 박 이사장 임명 찬반 여부를 확인한 결과 김 대표 본인과 김태호 최고위원은 찬성,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은 반대, 주호영, 이완구, 이인제 최고위원은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유보 의견을 냈고, 김을동 최고위원은 끝내 답변을 주지 않았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내에 소수지만 강한 반대가 있기에 이것을 강행할 생각이 없다"면서 "당분간 보류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으로 박 이사장 임명 문제는 당분간 잠복기에 접어든 걸로 보이지만, 그야말로 '휴화산'입니다. 반대 의견이 완전히 설득되지 않은 채 김 대표가 임명을 강행할 경우 잠복해 있던 당내 계파 갈등은 다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번 문건 배후설 논란을, 젊은이들이 술 한 잔 먹고 저지른 해프닝 정도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문건 배후로 지목했다는 의혹을 받는 음 전 행정관이 국회로 돌아와도,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렇다 해도, 음 전 행정관의 선택은 여느 국회의원의 행보 못지 않게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정치적'인 파급 효과를 낼 공산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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