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을 포함해 일당 10명이 붙잡혔습니다.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서로 암호를 확인하고 피해자에게서 가로챈 돈을 주고받았는데 경찰의 끈질긴 잠복수사에 줄줄이 꼬리가 잡혔습니다.
신정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검은색 가방을 멘 남성이 지하철역 화장실로 들어가고 잠시 뒤 다른 남성이 들어갑니다.
화장실 안에서는 칸막이 위로 돈 봉투를 쓱 넘깁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들인데,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화장실 문을 4번 두드리는 게 서로를 알아보는 암호였습니다.
가로챈 돈을 이렇게 나르면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꼬리만 자르면 그만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들은 지하철역 화장실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에서 몰래 만났습니다.
서로를 알아보고 또 돈을 주고받는 방법은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가방을 들고 돈 가방과 빈 가방을 바꿔치기하기도 했습니다.
혹시 모를 경찰 추적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전달책들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전역을 오가며 만났습니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경찰의 추적은 그보다 치밀하고 끈질겼습니다.
경찰은 수거책 1명의 신원을 특정한 뒤 동선을 추적했습니다.
그 과정에 전달책이 포착됐고, 그 전달책의 동선을 역추적해 다른 전달책을 찾아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연결고리를 모두 파악한 뒤 줄줄이 덮쳤습니다.
결국 추적 두 달 만에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총책 등 10명을 검거하고 이중 7명을 구속했습니다.
[김재진/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한 달 동안 용의자를 쫓았거든요. 2차, 3차, 4차 전달책까지 흘러가는 시스템이 나와서 이후 한 달 동안 순차적으로 10명을 검거했습니다.]
현재까지 이들 일당에게 속은 피해자는 29명, 피해 금액은 11억 4천여만 원으로 파악됩니다.
국내 총책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현금다발뿐만 아니라 피해자를 속이는 데 쓴 걸로 보이는 가짜 구속영장과 금융감독원 공문까지 나왔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박지인, CG : 강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