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비리·전관예우 없애려면 판·검사-변호사 자격분리"

법조계 불신을 유발하는 법조비리와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판·검사와 변호사의 자격을 이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오늘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주최하는 제25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심포지엄에서 일부 전문가는 이런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습니다.

변협 윤리이사 이승태 변호사는 발표문에서 "판·검사 선발시험과 변호사 자격시험을 분리하면 '전관 변호사'가 애초에 존재할 수 없어 전관비리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과거 여러 법조비리 사건을 겪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나왔지만 최근 '정운호 사건'으로 비리가 근절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내놓는 미봉책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사법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자인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도 "판·검사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현행 제도는 공정한 재판과 수사를 보장할 수 없게 한다"며 "대법관조차 취임 직후부터 퇴임 후의 변호사 개업을 물색하는 현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선진국을 둘러봐도 판·검사가 퇴직 후에 변호사가 돼 재판과 수사 공정성을 훼손한 일로 문제 되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며 "판·검사는 정년까지 근무하고 퇴직 후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게 제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갑자기 제도를 바꾸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이 가능하다고 믿고 법원과 검찰에 들어간 현직 판·검사들 입장에선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면서 "판·검사 개업 금지 제도는 새로 임관하는 이들부터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 밖에도 법조비리 근절 대책으로 이 변호사는 '몰래 변론' 변호사를 천만 원 이하 과태료로 징계할 뿐인 현 제도를 뜯어고쳐 최대 징역형으로 처벌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공직 퇴임 변호사가 퇴직 전 근무했던 법원·검찰청 등이 처리하는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정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냈습니다.

정 교수는 법원과 검찰의 인사 제도가 지닌 문제점도 지적했습니다.

그는 판·검사가 직장에서 일생을 보낼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하는 동시에 인력을 확충하고 보수를 현실화해 직무에 전념할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사대회는 '법조비리 척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비롯한 모두 4개의 심포지엄으로 구성됩니다.

정 교수 외에도 이종기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심의관과 김기훈 법무부 법무과 검사가 토론에 나섭니다.

개회식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김현웅 법무부 장관,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참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