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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내년에는 가능할까?

지켜지 않은 약속과 눈치 보는 국회

[취재파일] 종교인 과세, 내년에는 가능할까?
2013년 12월 세금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는 의미있는 결정을 내렸다.

“종교인소득 과세에 대하여는 도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과세대상 소득, 과세방법, 과세시기 등 구체적 방안은 종교계의 추가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다음 회기에 결정하도록 한다” 는 의견을 공식문서에 남긴 것이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언급한 뒤 45년 만이었다. 정부가 종교인과세를 도입하겠다며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3개월 만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기재위 결정을 비중있게 보도하지 않았다. "다음 회기" 즉, 2월에 결정하겠다는 약속을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회는 약속을 지켜지 않았다. 2014년 2월에도 종교인과세 관련 법안(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았다. 종교인들과 간담회를 열어 의견수렴 절차를 밟았지만, 여당 야당도 종교인 과세 법안을 처리하겠다 위해 적극 나서지 않았다.  4월, 6월 국회는 계속 열렸지만 종교인과세 법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그 사이 정부가 2014년 2월 종교계 요구를 대폭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2013년 9월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 원안에는 종교인 소득을 소득세법 상 '기타소득' 중 '사례금'으로 분류해 과세한다고 규정돼 있다. 수정안은 '기타 소득' 하위 항목으로 '종교인소득'(가칭)을 신설해 적용하기로 했다. '사례금'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조치였다. 소득에 대한 원천징수 원칙도 양보해 자진신고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저소득 종교인들을 위한 근로장려금 지급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아래 표 참조]
 
취파
## 기타 수정안 추가 내용
- 종교인소득에 대해 근로소득 비과세 규정 일부 준용
- 종교인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 전향적 검토

2013년 9월 정부 원안대로라도 연소득이 5천만 원인 종교인은 소득세로 26만 원만 납부하면 된다. [3인 가족 공제 적용] 수정안이 확정될 경우 종교인 대부분의 소득세는 이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2014년 기준) 연소득 5천만 원 이하의 근로자의 평균 소득세가 124만 원이다.

 연소득 5천만원인 종교인은 연소득 5천만원 '이하'인 근로자들이 '평균적으로' 납부하는 소득세보다 100만원 가량 덜 내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얼마라고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종교인과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가 아주 작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라고 밝혔다. 무늬만 과세인 셈이다.

[**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인의 숫자는 38만 명, 이 중 14만 명이 개신교 종교인이다. 2011년 기독교윤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이 5천만 원 이상인 개신교 종교인은 전체의 1%에 불과하다. 종교인과세가 도입돼도 99%는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소득자에 대한 세율과 필요경비를 적용받게 된다. 1년에 26만 원보다 더 많은 소득세를 낼 종교인은 거의 없다는 뜻이다.]

정부는 2013년 9월 법안을 제출한 뒤, 법안 통과에 대비해 2013년 11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새로운 시행령의 시행시기는 2015년 1월 1일로 발표했다. 늦어도 이 때까지는 법안이 통과되리라 예상한 것이다. 국회가 올해 말까지도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시행령을 폐기하거나 시행시기를 2016년 이후로 늦춰야 한다. 어느 쪽으로 결정하든 내년에도 종교인과세는 불가능해진다. 총선과 대선이 가까이 다가오는 2016년이 되면 종교인과세 법안 통과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또 다음 정권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는 11월 24일 종교단체들과 다시 한번 간담회를 가졌다. 일부 단체는 정부가 제시한 과세방안에 찬성했지만 일부 개신교 단체는 끝까지 종교인과세에 반대했다고 한다. 새누리당 소속인 강석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은 "(이번) 정기국회내 과세가 된다 안된다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소득세법 개정이 이뤄질지 안될지는 말하기 어렵다"며 "논의를 계속해 공감대가 확실하게 형성된 것으로 판단되면 추진할 예정"이라도 했다. 조세소위 야당 간사인 홍종학 의원도 "지금 정부, 여당에서 노력하고 있고, 종교인의 양해를 얻는다면 내년부터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 종교인 동의를 강조하면서 지극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인 종교인의 동의를 얻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다음 회기(=2014년 2월)에 결정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약속을 지키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국회의원들이 약속을 어긴지 벌써 10달이 넘게 지났다. 약속을 깨뜨렸다는 비판을 감수하가면서까지 눈치만 보고 있을 생각이라면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그 많은 권한은 대체 어디다 쓰려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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