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학교 급식소 건축을 위한 '특교' 00억 원을 확보했습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9대 현직 국회의원들이 유권자에게 보낸 의정보고서나 선거홍보물에 등장하는 문구다. ‘특교’를 ‘확보했다’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특교’는 특별교부세 또는 특별교부금의 약칭이다. 중앙정부가 예산 책정 당시에는 예상 못한 상황이 지방자치단체 등에 발생했을 때 추가적으로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중앙정부가 주는 돈을 왜 국회의원들이 ‘확보했다’고 이야기 하는 걸까?
‘특교’는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가 지자체에 나눠주는 '특별교부세', 교육부가 나눠주는 '특별교부금'로 나뉘는데, 통상 '특별교부금'으로 불린다. 내국세 총액의 일정 부분을 떼어내 마련되는 특별교부금은 올해(2016년) 기준 행정자치부와 국민안전처에는 모두 1조 282억 원, 교육부에는 1조 4,443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특별교부금은 또 사용 목적과 대상에 따라 정부시책, 재난안전, 지역현안 등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2012년 5월부터 지난해까지의 지역현안 특별교부금(이하 특별교부금) 배정내역을 선거구별로 살펴봤다. 이를 통해 어떤 의원이 특별교부금 배분에 있어 얼마나 더 많은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 “역시나 여당”…새누리당에 쏠린 특별교부금
이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 한 여당 의원 보좌관은 “경북은 의원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여당 실세 의원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정부 부처에서 특별교부금을 배정할 때 배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힘 있는 쪽으로 돈이 흐르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정당별 비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여당인 새누리당 국회의원 지역구에는 4년 간 1조 5,461억 원의 특별교부금이 배정된데 비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등) 국회의원 지역구에 배정된 특별교부금은 절반 수준인 8.704억 원으로 집계됐다.
● 해당 상임위 소속 일수록, 중진일수록 더 많은 특별교부금이 부과된다?
이에 대해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여당 의원 지역구에 예산이 더 가는 건 피할 길이 없다. 야당 의원은 결국 개인기로 돌파해야 하는데, 교육문화위나 안전행정위의 경우, 상임위 소속 의원 지역구에 특교를 더 많이 주는 경향이 있어서 선호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초선 의원이 전화하는 것 보다 중진 의원이 장관에게 전화하는 게 아무래도 무게감이 있다”며 중진 의원 지역구에 더 많은 특별교부금이 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가의 속설은 사실일까?
<마부작침> 분석 결과, 특별교부금 배정 권한이 있는 교육부와 행정자치부를 감독하는 국회 교육문화위와 안전행정위 소속 의원 지역구에 더 많은 특별교부금이 배정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 ‘교육문화위’가 최대 경쟁률을 기록한 이유
지난 4년 간 교육부 특별교부금은 교육문화위 경험이 없는 의원 지역구에는 평균 46억 6천만 원, 1번 경험한 의원 지역구는 55억 9천만 원, 2번 경험한 지역구에는 평균 75억 원이 교부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문화위 경험 유무에 따라 최대 63%나 차이가 났다. 행정자치부 특별 교부금도 지역당 평균 45억 9천만 원, 49억 9천만 원, 59억 3천만 원으로 체계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회의원이 해당 상임위 소속일 당시 특별교부금이 해당 지역구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결과로 분석된다. 현직 교육문화위원일 때 교과부 특별교부금이 집중 배정되고, 현직 안전행정위원일 때 행정자치부 특별교부금이 집중 배정됐다는 뜻이다.19대 국회에서 교육문화위를 경험한 국회의원 중 교육문화위 소속 당시 자신의 지역구에 배정된 교육부 특별교부금은 평균 33억 3천만원. 다른 상임위 소속일 때의 21억 7천만 원 보다 5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자치부 특별교부금도 국회의원이 현직 안전행정위 소속일 때는 29억 6천만 만원으로 다른 상임위 소속이었을 때의 19억 4천만 원보다 53%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임위 현직 위원 여부에 따른 특별교부금 상대적 차이, 이른바 '현직 프리미엄'이 평균 53%인 것이다.
'현직 프리미엄'은 야당 소속 교육문화위원에게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국민연합 등) 소속으로 19대 국회 교육문화위를 경험한 국회의원 중 교육문화위 소속 당시에 받은 지역구 당 평균 교육부 특별교부금은 37억 6천만 원이었다. 그런데 해당 의원이 다른 상임위 소속이었을 때는 1/3 수준인 11억 2천만 원에 불과했다. 통상 여당 의원보다 특교를 덜 배정받은 야당 의원이라도 더민주 소속 교육문화위원인 경우, '현직 프리미엄'이 무려 평균 200%, 26억 4천만 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밖에 새누리당 소속 안전행정위원과 교육문화위원의 현직 프리미엄은 63%와 17%,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전행정위원은 23%로 집계됐다.
● 중진일수록? 주요 당직자일수록?…중요한 건 직접적 이해관계
한편, 중진이거나 당 대표 등 주요 당직자에게 더 많은 특별교부금이 부과될 것이라는 정가의 속설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 선수(選數)별 특별교부금 내역을 분석한 결과, 4선 이상 의원 지역구에 초선 의원 지역구보다 많은 특별교부금이 부과되기는 했지만, 선수(選數)와 특별교부금 액수는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직자별 특별교부금 분석 결과에서도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점은 특별교부금과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SBS<마부작침>은 교육문화위나 안전행정위 소속 여부 못지 않게 특별교부금 부과 내역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는 다른 유의미한 변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과 결산안을 심사하고, 예산 증액과 감액 결정 권한이 있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산특위)를 지역구 의원이 경험했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 국회의 힘은 돈에서 나온다
특별위원회인 예산특위는 국회 당 매년 1년(대개 매해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씩 4번 구성된다. 예산특위 경험이 없는 국회의원 지역구에는 4년간 평균 80억 9천만 원의 특별교부금이 배정됐다. 그런데 1번 예산특위를 경험한 의원 지역엔 97억 7천만 원으로 증가했고, 2번 경험한 의원 지역은 124억 1천만 원, 3번 경험한 의원 지역은 153억 1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예산특위 경험이 전혀 없는 의원의 지역보다 2배 가까이 많은 액수다.
이 때문인지 교육부와 행정자치부 특별교부금을 모두 포함한 지역별 특별교부금 부과 내역 1위부터 10위까지는 국회 예산특위를 다수 경험한 의원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1위를 차지한 충북 증평군, 괴산군, 진천군, 음성군의 경대수 의원은 교문위나 행안위 경험은 없지만 2번의 예산특위를 경험했다. 3위를 한 김영록 의원은 2번, 6위를 한 홍문표 의원은 위원장을 포함해 3번의 예산특위 경험이 있다.
이에 대해 국회 한 관계자는 “국회의 힘은 결국 예산 배정권 즉, 돈에서 나온다. 국회의원들도 자신의 지역구에 예산을 가져오기 위해 예산특위 위원들 눈치를 보는데, 예산에 국회의원들보다 더 민감한 정부 부처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고 평가했다.
● 보통교부세로 흡수냐, 투명성 강화냐…특별교부금 개선을 위한 대안은 없나?
특별교부금의 장관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배분되고, 국회의원의 입김에 작용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오래 전부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병대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통교부금으로의 흡수'를 주장한다. 최 교수는 "특별교부금이 객관적인 지방 재정 상황과 무관하게 배분되는 왜곡을 막기 위해서 특별교부금을 보통교부금에 포함시키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교부금 축소와 투명성 강화'를 주장한다. 정 교수는 “특별교부금을 보통교부금으로 돌리면 시급한 지역 현안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들다”며, “다만, 특별교부금 규모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국회에 사전 보고 의무를 두도록 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특별교부금 개선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특별교부금 개선 법안들은 모두 폐기됐다. 제도 개선이 '자기 발등 찍기'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로 치부된 경향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특교'는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20대 국회가 특별교부금 배분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야당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한 '여소야대'라는 것이 변수다.
권지윤 기자(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장동호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