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인문계 졸업생 90%가 논다'는 뜻으로 '인구론'이라는 신조어는 아마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렇다면 혹시 '문송합니다'라는 표현은 들어보셨습니까? '문송'은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를 줄인 신조어라고 합니다.
인문계의 취업난이 워낙 심각하다 보니까 이렇게 자조적이고 가슴 아픈 표현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건데, 인문사회계열의 구직난이 얼마나 심각하면 이럴까, 하현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학교 4학년 박 모 씨는 인문계 중에선 그나마 취직이 잘된다는 경영학을 전공했는데도 심각한 취업난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박 모 씨/대학교 4학년 : 이번에 30곳 정도 지원했는데 서류에서만 지금 20곳 넘게 떨어졌습니다. 취업이 어렵더라고요.]
문학이나 역사, 철학 같은 이른바 '문사철' 전공자들은 면접에서 수모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왜 과를 그런 데 나오셨어요? 저희에게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좀 비하하는 그런 식으로 말해가지고 기분이 나빴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인문계 여학생들이 느끼는 취업난은 거의 절망적입니다.
[경영학 전공 대학생 : 인문 사회계 여학생들이 취업을 하려면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 이런 얘기도 많이 했어요.]
[언론정보학 전공 대학생 : 친구들끼리는 공대를 '취업깡패'라고 표현하거든요. 아 내가 왜 공대를 가지 않았을까 후회를 느끼는 친구들이 되게 많아요.]
지난해 인문계열 졸업자의 취업률은 42.1%로 공학계열 취업률 66.7%를 한참 밑돌았습니다.
취직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공계를 복수 전공하거나 공학수업을 따로 듣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28살 문대성 씨도 프로그래밍과 정보보안 같은 이공계 강좌를 수강 중입니다.
[문대성/인문 계열 졸업생 : 인문계 쪽은 취업하기가 생각보다 어렵고, 이공계 쪽으로 취업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쪽으로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경기가 나아져도 이공계에 치우친 기업들의 선호도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아 인문계 대학생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이종구/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 정부와 산업체와 공기업들이 인문계 직무를 늘리고 또 채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등 기업과 산업체, 정부의 공조정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혁신적 글로벌 기업의 성공 뒤엔 창의력의 토대인 인문학의 힘이 있었습니다.
왜 구글이 신입사원의 상당 부분을 인문학도로 채우는지를 우리 기업들도 눈여겨 봐야 할 것입니다.
(영상편집 : 최혜영, VJ : 정민구·유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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