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속 야외수업 강행' 교육당국 사실상 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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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 잦아지면서 학교의 야외활동 등을 둘러싼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는 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지면 실외수업을 하지 않거나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유로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도 야외활동을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부는 올 3월 처음으로 시도 교육청과 학교에 고농도 미세먼지 대응 실무 매뉴얼을 마련해 배포했다.

매뉴얼은 환경부에서 만든 대응 매뉴얼을 교육부 현실에 맞춰 수정한 것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유치원과 각급 학교는 발령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실외수업 금지(자제) 등 대응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내용이 잘 지켜지지 않아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SNS) 등에는 미세먼지가 가득한데도 야외 수업이나 체험학습을 강행하는 '무개념 학교'를 질타하는 학부모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특히 중·고교보다는 초등학교에 학부모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최 모 씨는 "매일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내도 학교에서 야외 체육수업을 하는데 다 소용없는 일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에서 일관된 지침을 내려주지 않는 상황에서 정해진 수업시수와 시험일정에 맞춰 체육 실기수업을 해야 하는 책임은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학기에 한번씩, 4∼6월 경 진행되는 야외 체험학습은 이미 몇달 전에 학교운영위원회 결정을 거쳐 관련 업체 등과 예약을 해 진행하는 것이어서 갑자기 취소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우리도 5월 체험학습을 갑자기 취소할 수 없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쓰게 한 채 다녀왔다"며 "지금도 매일 아침 학부모 민원 전화를 서너 건씩 받고 있는데, 미세먼지 지수가 '나쁨'으로 나오면 실외 체육수업을 자제하라고 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야외 체육 활동을 함으로써 아이들 정서도 좋아지고 학생 지도에도 도움이 되는 많은 긍정적 측면이 있는데 무조건 안 하게 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며 "정부에서 검증된 마스크 제공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 광남중 이명호 교장은 "미세먼지에 5월 때이른 폭염까지 겹쳐 총체적 난국"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을 열지도 못하는데 오전 11시부터 더워져 어쩔 수 없이 에어컨을 틀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기세 대폭 인하 등 종합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7월 방학 전까지 학교 현장이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교육부 차원에서는 매뉴얼 준수를 독려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매뉴얼의 내용은 법적 강제사항이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더라도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매뉴얼에 유치원과 각급 학교의 조치 결과를 보고받은 시도 교육청이 반기에 한 차례 교육부에 보고하게 돼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6월 말이나 7월 초가 돼야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실외수업 금지 등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마스크 착용 등 생활 속에서 주의해야 할 내용도 매뉴얼에 담겨 있다"면서 "매뉴얼 내용을 지키도록 교육청에 계속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법적으로 어느 기준 이상일 때 실외수업을 자제 또는 금지하는 문제는 교육부 단독으로는 결정할 수 없다"면서 "환경부 등 다른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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